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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돌 책을 읽기로 한 결심

by 오제이


작년 말 즈음에 세운 작은 계획이 있다. 교양을 갖춘 현대인이라면 모름지기 읽어야만 한다는 인문학계의 필독서 <총, 균, 쇠>와 <사피엔스>를 보기로 한 것.


겉으로 봐도 상당한 힘이 느껴지는 벽돌 책의 위엄. 그러나 나는 전자책으로 읽고 있어서 아무리 두꺼운 책이라 한들 물리적으로나 시각적으로나 부담은 덜하다. 그러나 읽어도 읽어도 끝나지 않는 글에 조금은 지치기도 했는데, 그래서 중간에 다른 책을 보는 일이 잦아졌고 결국 한 권을 보는 데 두 달이나 걸리고 말았다.


일단 <>를 총, 균, 쇠해치우듯 읽어낸 뒤의 감상은 '좋은 책이지만 두 번은 못 읽겠다'였다. 방대한 내용에 비해 알맹이가 적어, 공부할 목적이 아니라면 굳이 두 번 세 번 읽을 필요 있을까 싶다. 그러나 알맹이가 작다는 뜻이, 그 안에 담긴 정보의 양이 적다는 건 아니다. 다만 메인 줄기에 도착하기까지 알아야 할 잔가지가 많아 분량이 많다는 뜻일 뿐, 그 주요 내용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나는 식사를 할 때 맛있는 것부터 먹는 타입이면서 동시에 어려운 일부터 처리하는 타입이다. 맛없는 걸 먹는 게 어려운 일을 처리하는 데 속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먹는 것과 일하는 것은 다르지 않겠나? 어쨌든 그래서 나는 맛있으면서 어려운 데 교집합을 갖고 있던 <>를 총, 균, 쇠먼저 읽었고, 이제 그다음 차례인 <사피엔스>에 도전하고 있다.


책을 읽는 데 무슨 도전이라는 말까지 필요하겠냐만, 그 정도 결의가 필요한 책을 종종 만났다. 지금까지 읽은 책 가운데 <생각에 관한 생각>이 그랬고, <부의 추월차선 시리즈>도 다른 의미로 그랬다. 전자는 양과 내용에 대한 압도가 있었고 후자는 이해와 내용의 속도 차이가 있었다. 앞으로 읽을 책 가운데는 <사회심리학>과 <행동심리학> 그리고 <내면 소통>이 여기에 속한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사피엔스> 쪽이 훨씬 얇고, 읽기도 편한 데다 약간의 유머도 섞여있다는 점이다. 예상컨대 아마 2주에서 3 주면 충분히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재미있게도 이 책 역시 두 번은 읽지 않아도 되겠다는 느낌이 시작부터 강하게 든다. 이런 마음으로 책을 읽는 건 조금 치사하지만, 얼른 읽어서 알맹이만 쏙 빼먹고 싶다.


아직 초입 부만 읽었는데도 책에서 얻는 정보나, 아이디어가 많은 걸 보면 소문대로 좋은 책이 맞는 듯하다. 앞으로 남은 장에서 만나게 될 수많은 이야기와 인류의 과거를 기대한다. '이야기'의 힘은 강력하다는 저자의 말, 그 힘과 함께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긴다.







살면서 경험한 다양한 이야기를 기록하고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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