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워하는 데도 기운이 소모된다

by 오제이


열심히 살다 보면 어느 순간 자기도 모르게 자신에게 취하게 된다. 모든 게 자기 덕에 잘 돌아가는 것 같고, 세상 모든 일을 자기가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으며, 다른 사람들보다 자신이 잘났고 뛰어나다고 착각한다.


그리고 이런 착각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부정적인 상황을 맞닥뜨릴 때 '남 탓'을 만들어 낸다.


자기는 잘 했는데 다른 사람의 실력이 부족해서 혹은 다른 사람의 태도 때문에, 또는 다른 사람의 성격이 이상해서 등, 온갖 남 탓을 통해 상황이 어그러진 이유를 찾는다.


내가 그랬다. 나는 그런 바보 같은 생각을 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오만이고 착각이었다. 나도 수시로 남 탓을 했고 책임을 전가했다. 그리고 그렇게 남 탓을 하고 있는 동안에는 내가 그런 행동이나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인지하지 못했다. 참 바보 같은 일이었다.



몇 년 전, 나는 A라는 인물이 회사의 분위기를 망치고 있다고 생각했다. '저 사람만 없으면...'이라고 생각하며 그 사람이 없을 때 그려질 장밋빛 미래를 꿈꿨다.


그러나 한 두 해가 지나도록 그 사람은 퇴사하지 않았다. 회사의 분위기도 나아지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오히려 나빠진 것 같았다.


'모든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렇게 된 데에는 저 사람의 악영향이 상당히 크다'


이렇게 생각하며 당시의 회사 상황에 대한 책임을 그 사람에게 전가했다. 나는 그 사람을 무시했고 내가 할 수 있는 조치는 내 친절과 관심을 그에게서 끊는 것뿐이라고 생각했다. 약간의 복수심으로 나는 냉소와 무시를 섞으며 그를 대했다.



그 뒤로 또 한 두해가 지났다. 그 사람은 여전히 퇴사하지 않았다. 성격도 그대로였고 회사 분위기를 망치는 것도 변함없었다. 달라진 게 거의 없는 상황이었다.


나는 회사를 이해할 수 없었다. 이토록 그 사람을 내버려두는 이유가 무엇일까. 왜 저 사람에게 이렇게까지 관대한 걸까. 그런 생각은 마음속에서 분노와 질투를 만들어 냈다. 그리고 점점 그 사람을 싫어하게 됐다.



"오제이 안녕~ 굿모닝!"

"응 A 안녕, 좋은 아침이야"


A가 건네는 아침 인사에 나는 기계적으로 대답했다. 다른 직원들에게는 웃음과 안부를 묻는 표정을 담아 진심으로 인사를 건네지만, A에게만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꼴도 보기 싫었다. A의 들쑥날쑥한 감정과 제멋대로 무례하게 행동하는 태도가 달갑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쩜 저렇게 뻔뻔하고 무례할 수 있을까. 저건 지능의 문제일지도 몰라'


이런 생각으로 나는 그를 무시했고 이런 내 태도는 수년간 이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어떤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혹시 A가 무례하게 행동하는 데 내가 상당 부분 일조하고 있는 건 아닐까?'


내가 기계적으로 내뱉는 아침 인사에 담긴 조소와 무시, 그것이 A에게 전달돼 그 사람의 하루를 망치는 데 기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만약 나의 비언어적 태도가 A의 짜증을 유발하고 그로 인해 A가 스트레스를 회사에 쏟아낸다면? 회사의 분위기를 망치고 있는 주범은 바로 나이지 않을까?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그동안 똑똑한 척은 혼자 다 해 놓고, 실은 내 거스름조차 눈치채지 못했구나.' 나는 나의 오만을 반성했다. 그리고 앞으로 A에게도 차별 없이 대하리라 다짐했다.



그날 이후 나는 A를 볼 때 웃으며 안부를 전한다. 그리고 진심으로 그 사람의 하루가 반짝이기를 기원한다. 나의 진심이 그에게 닿아 더 멀리 퍼진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개의치 않는다. 나는 그저 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뿐이니까.


그렇게 또 수 년이 흐른 지금, 나는 더 이상 A의 변화를 신경 쓰지 않는다. 내 안에 그의 자리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미워한다는 것은 자기 내면에 그 사람만을 위한 작은 공간을 마련해두는 것과 같다. 불쾌한 감정을 자기 안에 보관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사람을 미워하지 않기로 결심하면 그런 공간은 필요하지 않게 된다.


'미워하지 말라. 사랑할 시간도 부족한데'


그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어렴풋하게나마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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