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오늘이 바로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일이기 때문이다. 선고일이 정해진 이후 서울시에서는 종로 일대를 진공상태로 만들겠다고 선언했고, 그에 발맞춰 종로 소재 회사들은 직원들에게 재택근무나 휴가를 권고했다. 우리 회사는 어제까지도 재택근무 시행을 두고 고심했으나, 결국 직원의 안전이 우선이라는 방침을 내세워 전 직원 재택근무를 결정했다.
어제 퇴근길 거리의 분위기는 제법 삼엄했다. 다수의 경찰버스와 제복 입은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는데, 조금 과장해 말하면 거의 경찰 반 시민 반으로 보일 정도였다. 그리고 이들 사이에는 외국인 관광객도 적지 않게 보였다. 나는 이들이 겁이라도 먹지 않을까 염려했으나, 그들은 이 소란을 그리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여느 날처럼 연신 사진을 찍고 맛집을 고르는 모습이었다.
지하철 플랫폼에 서서 집에 가는 차편을 기다리고 있었다. 안내방송에서는 "내일 일부 역에서 열차가 정차하지 않는다"라는 공지가 연이어 흘러나왔다. 그제야 조금씩 실감이 났다. 내일은 누군가에게는 운명의 날이, 그리고 우리나라 역사에도 결정적 순간이 될 거라는 사실이.
곧 있으면 헌재의 선고가 시작된다. 어떤 결정이 나더라도, 큰 사태로 번지지 않길 바라며, 오랜만에 티브이의 전원을 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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