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판에 물을 주는 일은 어리석다. 그것은 자연이 할 일이지, 한 사람의 손으로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사람은 자연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배움을 얻을 수는 있어도, 그것을 넘어설 수는 없다. 그러니 자신이 해야 할 일과 자연이 맡아야 할 일을 혼동하지 말자. 무모한 정성과 헛된 선의는 때때로 큰 낭비가 된다.
친절함과 관대함은 우리 내면에 흐르는 양분이자 수분이다. 그것들을 누군가에게 전하고 나누는 일은 참으로 숭고하고 아름답다. 누군가의 메마른 마음을 촉촉히 적실 수 있으니,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 수분을 모든 곳에 흩뿌릴 수는 없는 법이다. 이는 마치 끝없이 펼쳐진 들판에 물을 주려는 것처럼,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 마음을 소진하는 일일 뿐이다.
물론 어떤 이들은 존재만으로도 주위를 촉촉하게 만든다. 마치 잘 익은 과일에서 자연스레 퍼지는 향처럼, 그윽한 기운이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스며든다. 가만히 있어도 번져나가는 따뜻함, 그건 오랜 시간의 내공과 진심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아직 여물지 않은, 아직은 평범한 사람이 무리하게 자신을 던지면, 도리어 공허함과 지침만이 남는다. 마음을 쏟은 만큼의 보람도 없이, 오히려 상처만 돌아오는 경우도 많다. 잘하려다 지치고, 주려다 말라버리는 것이다.
사실, 수분은 어떤 이에게는 생기를 주지만, 또 어떤 이에게는 결핍을 더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세상의 모든 것이 그러하듯, 어떠한 좋은 것도 양면을 지니고 있다. 친절함과 관대함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그 가치를 알아보는 이에게 전할 때, 비로소 꽃으로 피어난다. 그러나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한낱 말장난이자 오만으로 보일 뿐이다. 향기를 맡을 줄 모르는 이에게는 꽃도 그저 쓸모없는 장식일 뿐인 것처럼.
들판의 모든 꽃에 물을 주겠다고 애쓰지 말자. 그럴 시간에 내 작은 텃밭을 돌보는 편이 낫다. 내 곁의 소중한 사람들, 내가 진심으로 아끼고 보듬고 싶은 것들에 집중하자. 나를 잘 가꾸고 돌보는 일이, 결국 가장 널리 퍼지는 따뜻함의 시작이 되지 않겠는가.
모든 것을 품을 수는 없어도, 내가 품을 수 있는 것만은 진심으로 지켜내자. 각자의 자리에서 부단히, 자기 몫을 다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들판에 물을 주는 대신, 오늘도 내 텃밭에 조용히 물을 주자. 그 물은 언젠가, 꼭 필요한 곳으로 스며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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