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도 말도 흔들리며 강해진다

by 오제이


나는 매일 아침 달력을 넘기며 쇼펜하우어의 말을 읽는다. 동료인 할라피뇨 님이 지난 생일에 선물해 준 달력이다. 이 달력이 실린 모든 문장이 쇼펜하우어의 말인지는 의심스럽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좋은 말이나 격언은 아침에 보기 좋다는 생각으로 매일 한 문장씩 읽고 있다. 높은 지성의 흔적을 들추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내가 이 달력에 담긴 말의 출처를 의심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달력에서 주장하는 바가 매번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들 들면 어제는 자신을 드러내지 말라고 했다가, 오늘은 보이는 모습에 신경을 쓰라고 하는 식이다. 물론 이 안에 담긴 모든 이야기가 한 번에 쓰인 것이 아니고, 각자 다른 메세지를 전하기 위함인 건 알고 있지만, 가끔은 이렇게 손바닥 뒤집듯 의견을 바꿔도 되는지 걱정스럽기도 하다.


어쨌든 달력은 공신력 있는 출판사에서 만든 것이기에 출처를 의심하는 일은 시간 낭비일 뿐이겠다. 그보다 나는 이 의심에서 중요한 한 가지를 배웠는데, 그것은 사람은 누구나 변하기 마련이란 사실이다. 세월이 흐르면 자연스레 변하는 것들이 있다. 그중 하나는 외모이고 다른 하나는 생각이다. 천재 철학자로 알려진 비트겐슈타인조차 자신의 생각을 뒤집고 후기 철학을 꺼내든 것만 봐도, 생각은 변화무쌍하고 그것을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어떤 것의 변화를 막을 길이 없다면, 그때 가장 좋은 수는 무엇일까? 그 변화를 받아들이고 적응하는 것이겠다. 과거 조선이 변화를 틀어막고 버티다가 변화의 흐름에 올라탄 일본 제국주의에 함락당한 것처럼, 막을 수 없는 것을 애서 틀어막고 있어봐야 남는 것은 뒤처지는 일뿐이다.


내가 쇼펜하우어 달력에서 배운 것은, 결국 ‘변화’를 받아들이는 법이었다. 어떤 말은 어제의 나에겐 옳았지만 오늘의 나에겐 맞지 않을 수 있다. 어떤 신념은 과거의 내게 꼭 필요했지만 지금의 나에겐 부담이 될 수 있다. 우리는 늘 변화의 흐름 속에 있고, 변화는 언제나 우리의 뒤를 밟아 따라온다. 그러니, 너무 멀리 도망치지 말자. 너무 완고하게 버티지도 말자.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은 식상하다. 하지만 가끔 우리는 이런 오래된 말 안에서 답을 발견하곤 한다. 신념을 지키고 원칙과 소신을 이어나가는 것은 마땅히 좋은 일이지만, 자기 내면의 변화를 일관성이라는 감옥 안에 가둬두지 말자. 살다 보면 말을 바꾸게 되는 일도 생기고, 자신이 평생 주장하던 논리를 뒤집어야 하는 날도 생긴다.


말이 바뀌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다만 그 말을 하기까지 어떤 마음이 있었는지를 잊지 않아야 한다. 내가 한때 무엇을 믿었고, 그것에 진심이었다는 것을 기억할 수만 있다면 말이 바뀌는 것쯤이야 별일도 아니다.


변화는 곧 바람이다.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상심에 빠지고 이내 균형을 잃고 쓰러지고 만다. 단단한 나무가 태풍에 부러지듯, 진정한 강함에는 적당한 유연함이 필요하다.






살면서 경험한 다양한 이야기를 기록하고 전합니다.

오제이의 <사는 게 기록> 블로그를 방문해 더 많은 아티클을 만나보세요.

https://blog.naver.com/abovethesurface


작가의 이전글축구장에서 가져온 두 질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