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엔 대개 집에 머무는 걸 좋아한다. 예전에는 밖으로 나가는 걸 더 즐겼지만, 내 사업을 준비하기 시작한 뒤로는 어쩔 수 없이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어느 순간, 그 생활이 자연스레 익숙해졌고, 이제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굳이 나가고 싶지 않은 성격으로 변했다.
그렇다 해도 아내와 나는 주말 중 하루쯤은 밖으로 나선다. 해를 보며 조금이라도 걷는 게 건강에 좋을 것 같아서다. 꼭 건강 때문만은 아니다. 이틀 내내 집에만 있으면, 어딘가 모르게 주말이 허전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하루 정도는 쉬어도 괜찮지 않나’ 싶은 생각으로, 목적지가 뚜렷하지 않아도 현관문을 나선다. 사업 초창기만 해도 1분 1초가 아까워 이런 여유를 곱게 보지 않았다. 주말과 평일을 나누는 것 자체를 게으름으로 여겼다. 지금도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뀐 건 아니지만, 예전보다 마음이 한결 느슨해진 건 분명하다.
지난 주말, 우리는 동네에 새로 생긴 가드닝 센터를 찾았다. 지자체에서 만든 가드닝 체험 공간이라고 했다. 이름이 낯설어 호기심은 생겼지만, 결정은 쉽지 않았다. 그동안 지자체 주관 시설은 민간보다 완성도가 떨어진 경험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곳을 목적지로 삼기까지 마음이 오락가락했다. 그렇다고 새로운 곳을 찾아 나서기엔 귀찮았고, 집에만 있기엔 아쉬웠다. 그래서 산책 삼아 가 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근처 카페로 가기로 했다.
밖은 입추가 지나며 한결 선선해졌다. 절기가 놀랍게도 맞아떨어진 듯했지만, 사실 그건 전날 내린 비 덕이었다. 맑고 시원한 공기 속에서 우리는 자전거를 타고 달렸다. 평소 자전거를 좋아하는 우리라, 이런 날씨라면 한강까지도 달려갈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최근 나의 배탈 이후 급격히 떨어진 체력을 생각해, 원래의 목적지로 향했다.
십여 분을 달려 도착한 가드닝 센터는 세련된 현대식 건물 세 채로 구성돼 있었다. 본관 한쪽에는 작은 온실이 딸려 있었고, 그 안에는 고사리, 여인초, 파리지옥 같은 익숙한 식물부터 이름조차 낯선 희귀종까지 자리하고 있었다. 공간은 크지 않았지만, 구경하느라 땀이 날 정도였다. 식물 생육을 위해 실내를 약간 덥고 습하게 유지한 탓이었다.
우리는 더위를 피해 위층 휴게 공간으로 올랐다. 원목 테이블과 평상이 놓인 공간에서 우리는 솔의눈 음료를 마셨다. 그 덕에 나무 냄새가 마치 소나무 향기처럼 느껴졌다. 온실과 휴게 공간을 잇는 계단의 층계참에는 가드닝 서적이 놓인 작은 책장이 있었는데, 책은 많지 않았지만 시선을 끄는 제목도 있었다.
십여 분 쉬고 나서 자리를 정리했다. 음료를 다 마신 뒤에는, 나무 냄새가 더 이상 향긋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약품 처리된 듯 시큼한 냄새와 온실에서 올라온 꿉꿉한 공기가 뒤섞였다. 나는 냄새에 예민한 편이라 오래 버티기 힘들었다. 아내는 조금 더 머물자고 했지만, 나는 맑은 공기가 그리워 서둘러 밖으로 나왔다.
그렇게 우리의 첫 가드닝 센터 나들이는 끝났다. 날씨가 풀리면 다시 한번 들를 생각이다. 뒤늦게 알아보니 종종 체험 프로그램도 열린다고 했다. 직접 그림을 그려 만든 세라믹 화분이나, 이끼와 식물로 만드는 테라리움 만들기 같은 프로그램이었다. 아내와 내가 모두 흥미로워하는 활동이라 반가웠다. 다만, 혹시 어린이 전용 프로그램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든다. 그렇다면 철없는 어른이 아이들의 기회를 뺏는 꼴이 될 테니, 예약 전에 전화를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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