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은 극복하는 게 아니라 견디는 것이라 한다. 참척의 고통을 겪은 박완서 작가님이 한신 말씀이다. 자녀는커녕 강아지 한 마리도 온전히 길러본 적 없는 나로선, 감히 그 고통을 공감한다 말하기는 어렵겠으나, 그 말에 담긴 의도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머리로만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
고통은 싸우려 들면 더욱 선명해지고 보다 강력해진다. 그것은 불쾌한 마음과 걱정을 먹고 자라므로 관심을 갖고 귀를 기울일수록 그 몸집이 점점 불어나게 된다. 그렇다 해서 고통을 마냥 무시하며 잠자코 받아들이는 것은 힘들다. 도 닦는 수도승이 아니고서야 아픔을 단지 통증이라고 여기며 태연해지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결국 방법은 하나다. 고통은 아픔을 수반하는 일이며, 시간이 흐르면 점차 그 아픔도 잦아든다는 것을 믿고 기다리는 수밖에. 아프면 아픈 대로 몸과 마음을 내어주며 견뎌야 한다. 꾀를 부리거나 요령을 피운다고 그 아픔이 줄어들 리 만무하므로, 오히려 고통을 더욱 분명히 바라보고 인식하는 쪽이 더 나은 방법이겠다.
다만 때로 씻을 수 없는 고통을 만나기도 한다. 시간이 흐르며 강도는 줄어들지 몰라도, 그 흔적만큼은 영원히 남는 고통도 있다. 그것이 실수에 의한 것인지 불가피한 상황에 벌어진 일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 고통이 한 번 마음을 할퀴어 놓으면 마음은 이전과 다름없이 완벽하게 회복되지 않는다. 그렇게 남은 크고 작은 흔적을 대하는 태도가 곧 그 사람의 성숙의 지표 아닐까 싶다.
고통은 평등하다. 누구나 삶에 한 번쯤은 참기 힘든 고통이 찾아온다. 고통은 변화무쌍하다. 아픔의 농도와 횟수는 누구도 짐작할 수 없다. 고통은 억세다. 막아봐야 소용이 없다. 제아무리 철옹성 같은 마음이라도 실금 하나쯤은 있기 마련이다. 고통은 예리하게 그 빈틈을 찾아내 파고들어 심장을 찌른다.
그러므로 고통을 이기려는 생각을 버리고, 견디는 마음으로 다가가야 한다. 그러면 아픔을 줄이지는 못하더라도, 조금이나마 마음의 여유를 챙길 수는 있지 않을까.
믿자. 우리 몸을 믿자. 우리의 몸과 마음이 가진 자가 치유 능력을 믿고 단단한 마음으로 버텨보자. 고통은 결국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