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하게 파고드는 사랑의 헛수고

독서록 8 -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을 읽고 -

by 이화정

사랑을 하는 일, 그것도 여행자를 사랑하는 일보다 더 무용한 것이 있을까.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그 일이 반복되면, 그것은 힘을 가진다. 아주 작고 희미했던 사랑은 그 무수한 쓸모없음으로 인해 점점 빛을 발하고, 마침내 별이 된다. 그 반짝이는 헛수고가 하늘을 가득 흐르는 은하수가 될 때, 여행자는 자신에게로 흘러들어온 그 별의 행렬이 사랑임을 깨닫는다.

시마무라는 고마코를 만나러 가는 열차 안에서 ‘저녁 어스름의 물결에 떠 있는 신비스럽고 아름다운 야광충’의 눈을 가진 요코를 보게 된다. 그는 그 요코의 눈에 이끌리고, 그 관심은 서사가 이어지는 내내 계속된다.

고마코는 시미즈 터널 밖, 눈의 고장 온천장에서 게이샤로 일한다. 시마무라에게 고마코는 헛수고의 물체화이다. 그녀는 죽어가는 애인의 간병비를 벌기 위해 게이샤가 되었고, 그리고 언제 떠날지 모르는 자신을 사랑한다. 이 모든 것은 헛수고라고, 시마무라는 여긴다.

그리고 또 하나, 그에게는 요코도 헛수고의 상징이다. 고마코가 ‘순수한 열정’의 헛수고라면, 요코는 ‘야생으로 남아있는 순수’의 헛수고다. 이 두 여인은 시마무라에게 저울의 양축이 되어 팽팽하게 그를 자극한다.

그러나 무수한 순간 자신에게 달려드는 고마코의 순수한 마음은 조금씩 시마무라를 허문다. 그는 그럴 때마다 이제 떠날 때가 되었다고 애써 외면하고, 떠날 마음으로 돌아온 눈의 고장에서 고마코와 함께 은하수를 보게 된다.

‘은하수는 밤의 대지를 알몸으로 감싸 안으려는 양, 바로 지척에 내려와 있었다. 두렵도록 요염하다. 시마무라는 자신의 작은 그림자가 지상에서 거꾸로 은하수에 비치는 느낌이었다. 은하수에 가득한 별 하나하나가 또렷이 보일 뿐 아니라, 군데군데 광운의 은가루조차 알알이 눈에 띌 만큼 청명한 하늘이었다. 끝을 알 수 없는 은하수의 깊이가 시선을 빨아들였다.’

그때, 마을 고치장에 불이 난다. 그 불에 요코가 죽는다. 요코의 죽음은 시마무라의 마음 안에서 팽팽하게 평형을 유지하던 저울의 한쪽이 사라짐을 의미한다. 시마무라는 요코를 안고 정신없이 울부짖는 고마코에 다가가다, 문득 올려다본 하늘의 은하수가 쏴아 하고 자신에게 흘러들어오는 것을 느낀다. 그것은 은하수에 가득한 별 중, 고마코라는 뚜렷한 별 하나가 그에게 미끄러져 들어온 것이며, 시마무라가 오직 그 별로만 가득 차는 순간이다. 그것은 눈처럼 투명한 고마코의 헛수고가 비로소 수고가 되는 일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