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인가구
요양원 입소를 위한 서류상의 절차는 생각보다 너무 복잡 했다.
방문요양이나 주간보호센터를 위한 서류와 요양원을 위한 서류가 달랐다. 치매3등급 진단을 받은 아버지는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자격은 되었지만, 재가용 서류와 시설용 서류를 매번 따로 받아 제출해야 했다. 우리는 아버지의 상태에 따라 요양원에서 주간보호센터로 그러다 방문요양을 그러다 다시 요양원으로, 우왕좌왕 왔다 갔다 하면서 서류를 매번 다시 발급 받아야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국가에서 요양등급판정을 받긴 했지만, 이는 시설 이용 시 얼마간의 보조금을 지원받는 것 외에 딱히 별다른 혜택이 없었다. 환자에게 어떤 치료가 적합할지, 어떤 시설을 이용해야할지 등을 알아보는 것은 모두 보호자들의 몫이었다. 우리가 가장 애먹은 것 중 하나는 인지능력이 떨어지고 다소 정신과적 증상까지 보이는 아버지를 설득해서 시설에 입소시키는 것이었다. 본인은 치매가 아니라고 완강하게 모든 것을 거부하는 상태에서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는 것처럼 강제로 아빠를 입소시킬 수는 없었다. 그리고 이제는 법이 바뀌어 정신병원일지라도 그와 같이 강제로 입원시키지는 못한다고 한다.
이 모든 것을 같이 사는 고령의 배우자가 할 수 있을까?
배우자가 없고, 자식도 없다면...
나같은 일인 가구라면...
아버지를 보며, 생각하기도 싫지만, 만약 내가 나이 들어 치매가 온다면 하고 생각해봤다. 65세 이상 노인 중에서는 10명중 한명, 80세 이상 노인 중에는 5명중 한명, 게다가 상대적으로 남자보다 오래 사는 여자에게는 더 높은 수치를 보인다며, 어떤 전문가는 3명중 한명이라고까지 말하는 이 상황에, ‘나는 아니다’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Why me ?”
"Why not ?"
만약 내가 치매라고 진단을 받게 된다면, 쉽지 않겠지만 무조건 초기에 결단을 내려야 할 것 같다. 아버지를 보니, 어느 정도 진행된 다음에는 본인이 치매라는 사실 조차 잊어버릴 정도로 인지 능력이 떨어져 스스로 무언가를 판단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다. 본인은 괜찮을 것이라는 거대한 착각을 냉정하게 잘라내고, 요양원으로 본인 스스로를 감금시켜 버리던가, 아니면 아프지 않게 생을 정리하는 방법을 찾던가... 그런데 말이 쉽지 ... 솔직히 자신 없다.
난 싱글들만 이런 고민을 가진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오랜 시간 동안 치매인 노모를 모셔오던 먼 친척은 자신만큼 착한 딸을 보며 만약 자기에게 치매가 온다면 의식이 있었을 때, 아무도 못 찾을 산간오지나 외딴 섬 같은 곳으로 숨어버리겠다고 한다. 본인은 피부가 약해 주부습진으로 지문이 지워진지 오래라며, 신분증을 안 챙겨 간다면 아무도 찾을 수 없을 거라며, 자식에게 치매 노모를 돌보는 짐을 절대 지워주고 싶지 않다며 그나마 본인의 의식이 멀쩡할 때 행동하겠다고 다짐하듯 말한다. 그 친척의 노모도 그런 마음이지 않았을까. 자신의 딸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았을 그 노모도 치매라는 병 앞에서는 속수무책 정신줄을 놓아버려, 지금은 자기 자식도 못 알아본다.
자식이 있으나 없으나, 누구에게나 치매는 정말 무서운 질병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