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대국
여러 곳의 요양원을 방문하고 상담해보며 아버지를 모시는 것에 최대한 성의를 보이는 곳으로 결정했다. 그것이 비록 상술에 가려진 화려한 화술뿐일지라도, 입소하려는 요양원 등급이 낮아 불안하더라도 어쩔 수 없었다. 이런 저런 것을 다 따지기에는 우리가 너무 급했다. 그저 잘 보살펴 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아버지를 맡길 수밖에 없었다.
요양원 입소 전날, 난 아버지가 좋아하는 순대국을 사가지고 아버지를 찾아갔다.
아버지는 거실 카펫을 빨고 계셨다. 엄마 말에 의하면 그날따라 컨디션이 좋은 아버지는 엄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아침부터 세탁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이불을 빨더니, 점심 먹고 나서는 다 늦게 카펫까지 빨아야겠다고 저러고 계신다는 것이다. 마치 멀리 떠날 사람이 뒷정리 하듯이 그렇게 아침부터 분주하게 일을 하고 계시는 아버지.
아버지는 당신이 내일 요양원으로 입소하는 것을 모르시고 계셨었다. 취직을 위해 코로나 검사를 받고, 검사를 받으면 2주간 자가 격리를 해야 하니 잠시 병원으로 들어가 계셔야 한다고 거짓말을 했다. 아이러니컬하게 아버지 상태를 급속히 악화시킨 코로나를 우린 요양원을 보내는데 써먹었다. 지난번 주간보호센터에 취직 얘기는 이미 써먹어서 이번에는 취직에 코로나까지 덧붙여 거짓말을 했다.
요양원에서는 입소 시 일단 보호자가 환자를 요양원으로 알아서 모셔 와야 한다고 했고, 병원도 안 가시려는 분을 모시고 가려면 어쩔 수 없었다. 아는 사람은 어머니가 치매 환자인데, 요양원으로 모시고 가던 도중에 갑자기 도로 한복판에서 차에서 뛰어 내려 크게 다치셨다고 한다.
나는 아빠에게 코로나 검사 후, 2주간의 병원에서의 격리가 끝나면 나랑 같이 일하게 될 거라고 말씀드렸다. 지난번 주간보호센터 일로 의심이 많아지셔서 어쩔 수 없었다. 아버지는 나랑 같이 일하게 된다고 하니 두말도 안하고 가겠다고 하신다. 너무 좋아하시는 모습에 마음이 짠해졌다.
우리 아빠 많이 외로웠구나...
아침부터 이불 빨래 하시느라 배고프실 것 같은데, 순댓국을 잘 안 드신다. 일부러 아빠가 좋아하는 식당에서 사온 건데 자꾸 나에게만 권하신다. 난 순댓국을 안 먹는다고 말씀드려도 기어이 나더러 먹으라고 반쯤 남겨놓고 자리를 뜨신다. 그리고는 소파 한쪽 끝, 아빠가 항상 앉아 TV를 보던 곳에 앉아 TV를 켜신다.
그 모습이 내 마음에 아픔으로 새겨진다.
내가 아빠의 저런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을까....
난 밥을 먹다 말고, 가야겠다고 일어났다. 아버지는 천천히 더 먹고, 자고 가라고 하신다. 난 가봐야 한다고 말하고는 아버지를 안아드렸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려 했는데, 쉽지 않다. 목이 메여 살짝 속삭였다.
“아빠, 사랑해. 그리고 미안해. 우리를 이해해줘.”
아버지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다 이해한다는 듯 “고맙다” 하신다. 울컥 복받치는 감정을 억누르고 서둘러 집을 빠져 나왔다. 아빠가 현관문을 잡고 서 계신다.
“내일 너도 오니?”
오빠가 갈 거고 난 못 갈 거라고 겨우 얘기하고 돌아섰다.
현관문을 붙잡고 배웅하는 저 모습도...
오늘이 마지막일 것이다.
결국 집을 나오자마자 아파트 근처 벤치에서 참았던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내가 조금 더 신경 썼더라면 ...
내가 겨울에라도 두 분과 함께 지냈다면...
아버지의 상태가 훨씬 좋지 않았을까...
미안해서, 너무 미안해서 마음이 찢어질 것 같아도 이제는 소용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