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국을 방문했을 때, 대구의 남자 고등학교와 여자 중학교에서 특별 강연을 한 적이 있다. 주제는 "꿈 + 사랑 + 사람 = 행복"이었고, 나를 설레게 하고 행복하게 할 수 있는 나만의 꿈을 가지고 살자는 내용이었다. 나만의 꿈을 추구하더라도 우리의 꿈, 즉 함께하는 행복도 고려해야 비로소 나를 포함한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다. 이를 위해 서로를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는 사랑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지금까지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 그리고 창업 관련 주제로 많은 강연을 해왔다. 강연의 마지막 슬라이드에는 항상 내 연락처를 남기며, 도움이나 질문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하라고 말하곤 했다. 하지만 정작 추가 질문이나 연락을 받은 경우는 많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여중의 한 학생으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다. 3가지 추가 질문을 했는데, 그중 하나는 "개인적으로는 살기에 미국이 좋나요, 아니면 한국이 좋나요? 범죄나 치안과 관련해 무서운 점은 없나요?"라는 질문이었다. 이메일로 바로 답장을 보냈고, 그 답변을 이곳에서도 공유하고자 한다.
"우리는 이렇게 왔다"에 내용을 기초로 일반적인 장단점을 살펴보자. 다음은 책을 출판하기 위해 미국에 거주하는 사람들 100여명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분석할 결과이다.
미국 생활이 왜 만족스러운지 워드 클라우드Word Cloud를 구현해 봤다. 역시 워라밸Work & Life Balance이 가장 많았다.
4회 이상 언급된 단어를 뽑아 보았다. 워라밸, 가족, 기회, 문화, 환경, 직장/회사, 시간, 합리적인, 다양한 이런 단어들을 많이 나왔다.
이제 응답자들의 몇몇 이야기를 들어보자.
"안정된 직업. 50대 중반에도 여전히 개발자로 일할 수 있다."
"인간적인 대우와 자율적인 환경."
"자기 계발 및 재충전 시간 확보, 가족 활동과 여가 활용."
"훌륭한 근무 환경, 스트레스 없는 분위기, 아름다운 자연환경, 자녀를 위한 훌륭한 교육 시스템."
"8시간 근무, 칼퇴근, 일과 삶의 균형, 넓은 땅, 골프."
"실력 있는 사람들과 일하며 배울 게 많다."
"자잘한 업무가 없다."
"일이 재미있고, 수평적인 조직 구조, 일과 삶의 균형, 가족 간에 불화 없음."
"많은 기회, 면도를 안 해도 된다."
"업무적 비전, 합리적인 직장 상사와 동료, 회사 문화, 유연한 근무 형태, 개인 발전에 회사가 투자와 지원을 해준다. 다양한 변화가 일어나는 실리콘밸리에서 기술 발전을 가까이서 느끼며 배우고, 금전적 보상과 자연환경 등 삶의 질도 좋다."
"빠른 인정과 보상 시스템."
"한국에 있을 때보다 경제적으로 조금 더 풍족하고, 미세먼지 없는 자연환경, 수평적인 직장 문화."
장점을 정리해 보면
안정된 직업 유지 가능 - 중·장년층까지 개발자로 근무 가능하며, 원한다면 관리자 경로가 아닌 개발자(IC: Individual Contributor)로 은퇴할 때까지 일할 수 있다.
실력 있는 동료들과 함께하며 새로운 기술·지식 습득 가능 - 해당 분야에서 천재 같은 인재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업무적 비전 제시, 합리적인 상사·동료, 유연한 근무 형태 - 비합리적인 경우 "No"라고 말할 수 있으며, 그런 상황에서는 보스나 동료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회사 차원의 개인 발전 투자·지원 (교육·훈련 기회 제공) -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지만, 이러한 기회 역시 개개인이 찾아서 활용해야 한다.
빠른 인정과 보상 체계 - 자신의 실력과 업적을 적극적으로 평가받고 드러내는 것이 필요하다. 알아서 인정해주거나 보상해주는 경우는 드물다.
기술 발전을 가까이서 체감할 수 있는 환경 및 글로벌 임팩트 있는 프로젝트 할 수 있는 기회.
풍부한 기회 제공, 개인적 외모 규율 부담 적음 (면도 의무 없음) - 자기 편한 대로 근무할 수 있다. 슬리퍼를 신거나 반바지 차림으로도 근무 가능하다.
인간적인 대우와 자율적인 근무 환경 - 개발 업무의 경우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없다. 개인적으로는 출퇴근 시간의 교통 혼잡을 피하기 위해 오전 10:30쯤 출근하고 오후 3:30쯤 퇴근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아시아에 있는 동료들과의 협업이나 미팅을 위해 저녁 시간에 일해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훌륭한 근무 환경 (스트레스 없음), 수평적인 조직 문화 - 상사의 눈치를 덜 봐도 된다.
회식 문화 없음, 저녁 약속이나 미팅 거의 없음, 가족과 시간을 많이 보낼 수 있으며, 가족 친화적인 분위기다.
확실한 워라밸 -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없으며, 필요에 따라 유연하게 근무할 수 있다.
자기계발과 재충전 시간 확보 용이
가족 활동 및 여가 생활에 집중 가능
아름다운 자연환경
미세먼지 없는 깨끗한 환경
금전적 보상 풍부 - 스톡옵션, 자사주 할인 구매, 높은 연봉 등을 통해 직장 생활만 성실히 해도 재산 증식과 노후 대비가 가능하다.
그렇다고 미국이 파라다이스는 아니다. 미국에서 살면서 불편하거나 어려운 점도 많다. 가장 많이 언급된 건 역시 언어 문제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니까 아무래도 불편하고, 이 때문에 불이익이나 난감한 상황에 부딪힐 때도 있다.
외로움, 심심함도 많은 응답자가 단점으로 꼽았다. 부모나 친척들이 같이 미국에 살면 좀 덜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한국에 남아 있는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많이 가진다. 특히 한국 명절 때 부모나 형제자매들과 함께 지낼 수 없다는 게 가끔 쓸쓸하다. 회식이나 저녁 모임이 별로 없는 생활 속에서 옛 친구들과 자주 만나 놀았던 기억을 그리워하는 사람들도 많다.
단점을 요약해 보자면,
외로움 문제 - 회식이나 모임이 적기 때문에 사람을 그리워할 때가 많다. 가끔은 옛 친구들이나 동료들과 어울리던 기억이 떠올라 더욱 그리워진다.
가족 문제 - 대부분의 가족이 한국에 있어 경조사나 명절에 함께할 수 없는 상황이 많다. 이에 따라 한국에 남아 있는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장인어른이 돌아가셨을 때 비자 문제로 한국에 갈 수 없었던 경험이 있다. 다행히 장모님이 돌아가셨을 때는 한국을 방문 중이어서 응급실에 실려 가시는 상황에서 몇 주 동안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 90세가 넘으신 친부모님이 점점 쇠약해지는 모습을 보며 곁에서 모시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 크다.
편의 시설 부족 - 집 주변에 편의점이 없는 경우가 많아, 필요한 물건을 사기 위해 날을 정해 장을 보러 가야 하는 경우가 많다. 공공 화장실도 턱없이 부족하다. 동네 공원에 화장실이 없거나 있어도 이용할 수 없는 경우가 흔하다. 지하철에도 화장실이 없다.
여름에 한국을 방문했을 때 명일동에 머물렀는데, 걸어서 5분 거리에 전철역이 있었고, 전철역 출구 근처에 중형 마트가 있었다. 10분 거리에 전통시장이 있었으며, 길거리에는 먹거리가 가득했다. 필요한 물건을 그때그때 살 수 있어 매우 편리하고 행복했던 기억이 난다.
병원 문턱이 높음 - 병원을 방문하려면 높은 비용과 복잡한 절차를 감수해야 할 때가 많다.
미국에서 25년 가까이 살았다. 지금까지는 미국 생활에 만족하며, 이곳에서 주는 혜택을 많이 누리며 살아왔다. 특히 개인적인 성향과 잘 맞아 남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제공받았다고 생각한다. 이 모든 것이 부모님의 희생, 한국에 남아 있는 형제·자매와 친구들의 아쉬움과 그리움, 그리고 미국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의 도움 덕분에 가능했던 일이다. 기회가 닿을 때마다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