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 재희 Jan 08. 2018

산을 정복한다고?

나는 왜 산에 오르는가?

필자는 자주 산을 정복한다는 말을 듣는다. 에베레스트를 정복하고 데날리를 정복하고. 국어사전에 보면 정복(征服)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1. 남의 나라나 이민족 따위를 정벌하여 복종시킴. 
   2. 높은 산 따위의 매우 가기 힘든 곳을 어려움을 이겨 내고 감. 
   3. 다루기 어렵거나 힘든 대상 따위를 뜻대로 다룰 수 있게 됨

물론 2번의 뜻도 있지만, 이 의미는 사람들이 많이 쓰니까 나중에 추가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한자로 보면 征 (칠 정)과 取 (가질 취)의 합성어다. 쳐서 취하다는 의미다.

아무는 필자는 산에 정복하다는 말을 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등산에 관한 한 산은 우리 힘으로 다스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필자는 1편에서 말했던 것처럼 30대 중반에 건강을 위해 등산을 시작했다. 이제 나이 50에 가까우니 근 15년 해오고 있는 것이다. 15년 동안 등산하면서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그리고 어려가지 위험한 상황도 많이 경험했다. 그동안 경험에서 터 득한 것은 산과 싸우려고 하면 다친다는 것이다. 산이 순응하여 허락하면 가고 허락하지 않으면 뒤돌아설 줄 하는 용기와 겸손함이 필요하다.


<필자가 살았던 도시. Downey. 지도에 빨간 침대 세개가 있는 곳이다>

2000년 필자는 미국 로스 엔젤레스로 이주했다. 집은 로스 엔젤레스에서 조금 떨어진 Downey에 선교회 근처에 얻었다. 집에서 30분에서 1시간 운전하면 Angeles National Forest가 있다. 미국 기준으로 그렇게 놓지 않은 2000 미터 내외급 산들이 많이 있다.

<2004년 가족들과 함께한 산행. 아내는 인터넷에 본인 사진 나가는 것을 싫어해 뺐다. 이 아이들이 이제 대학생들이 됐다>


그중에 필자가 좋아했던 곳은 Mt. Baldy 지금은 San Antonio로 불리어지는 3, 068 미터 산이다.

이 곳은 필자가 산행을 시작하고 얼마 안돼서 간 적이 있다. 스키장 Lift Chair를 타면 스키 리조트가 있는 Baldy Notch까지 손쉽게 갈 수 있다. 이 곳으로부터 Devil's Backbone이란 트레일을 따라 정상까지 가면 된다. 정상까지는 약 편도 7 킬로미터이다. 정상을 몇 10미터 안 남겨두고 필자는 너무 힘들었다. 한 발 올리고 조금 쉬 고를 반복했다. 필자가 이렇게 죽을 등 살등 겨우 겨우 올라가고 있는데 젊은 애들이 뛰어 내려오는 것이 아니가? 필자는 이때 상당히 충격을 먹었다. "내가 이렇게 체력이 없구나" 이러서는 안 되겠다, 무든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 그때 이후로 매주 토요일이면 산에 가려고 노력했다. 


<겨울 등산로.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가파르다. 또 눈 사태의 위험이 많은 곳이다>


<정상에서 바라본 모습. 자주 이렇게 구름이 발아래 깔린다. 왼쪽 아래는 정상 사진>


시간이 별로 없는 관계성, 주로 혼자 다녔다. 토요일 오전에 선교회에서 성경공부 끝나고 쏜살같이 산에 가는 식이다. 또 시간이 없기 때문에 주로 빠르게 산행을 했다. 주어진 짧은 시간에 좀 더 많이 걷고, 좀 더 멀리 가고, 좀 더 많이 보고, 좀 더 운동을 더 하고자 하는 마음에서였다. 하산 때는 뛰어서 내려오는 때가 많았다.

이런 노력으로 몸은 어느 사람 못지않게 건강해졌고, 삶이 활기가 생겼다. 토요일에 시간을 내기 위해 일을 집중적으로 했고, 또 아침이면 새벽기도와 조깅 등 운동을 꾸준히 했다. 삶이 지루하거나 따분할 시간이 없었고 주어진 시간을 잘 관리하여 짜임새 있게 쓰게 되었다. 주일에는 선교회 일과 아이들에 신경을 쓰고자 노력했다. 꾸준한 산행이 나를 여로 모로 바꿔놓은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나는 왜 산을 오르는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