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 재희 Jan 14. 2018

천사를 만나다

나는 왜 산에 오르는가?

필자는 시간 관계로 산행을 주로 혼자 다녔다. 혼자 다니는 산행이 편할 때가 많다. 내 일정대로 내 속도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행선지를 갑자기 내 마음대로 바꿀수 있다. 다른 한편으론 산행 모임에 참여를 하면 마음 맞는 사람들과 즐겁게 산행을 할 수 있다. 산행도 산행이지만 산으로 오가며 차 안에서 수다 떠는 재미는 이루 말할 수 없다. 또 가끔 뒤 풀이로 식당에 가서 허기진 배를 채우며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 또 지난 산행의 추억과 앞으로 산행을 계획하는 재미도 상당하다.


그러나 특히 필자는 선교회 활동으로 일과 후나 주말에도 여러 가지 행사가 많은 관계로 지역 산행 모임에 참석할 수 없었다. 그리고 필자 나이 또래의 친구들은 사느라고 바쁘고, 또 대부분 선교회 사람들이라 산행을 여력이 없었다.


그래서 혼자 다니게 됐다. 다행히 필자는 모험을 좋아하는 편이다. 가보지 않은 곳, 보지 못한 것, 해 보지 않은 것들에 대한 호기심도 많아 혼 자 다니는 것에 대한 부담은 많지 않았다.


2005년 4월 30일 토요일 새벽 4시쯤 남 가주에서 제일 놓은 San Gorgonio 산으로 행했다. 2 시간 운전하여 Horse Meadows에 있는 South Fork 트레일 헤드에 도착했다. 목적은 South Fork으로 해서 Dry Lake를 거쳐 정상에 올라 간다음 Dollar Lake를 거쳐 South Fork로 빠져 나오는 것이었다. 거리는 약 34 KM에 약 1400 미터를 오르는 것이다.

 .

 봄이라 그런지 개울에는 물이 제법 많이 흐르고 있었고 나무들은 싱그러웠다. 이른 아침이라 날씨도 덥지 않고 정말 산행하기 딱 좋은 조건이었다. 트레일 선 상에는 없었지만 Dollar Lake에 들리기로 했다. 호수는 햇 빛을 받아 평안했고 아름 다웠다.


점심이 조금 안돼 정상에 도착했다. 산 밑으로 구름이 바쁘게 오고 갔다. 곧 구름으로 인해 산 밑은 보이지 않았다. 금방이라도 비가 올 것 같다. 정상에 있던 몇몇 사람들은 서둘로 하산하기 시작했다. 필자는 조금 더 있기로 했다. 힘들게 올라온 정상, 조금이라도 더 있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약 30분쯤 지났을까? 하늘에서 무엇인가 내리고 있었다. 비가 아니었다. 우박이었다. 서둘러 하산했다. 잠깐 오다가 그칠 거라고 예상했으나 우박은 그치지 않았다. 새끼손가락 손톱 만한 우박이 머리를 때리니 아팠다. 수건을 덮고 모자를 썼는데도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나무 그늘에 피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변개와 벼락 때문에 더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머리 속에는 빠른 시간 안에 이 산을 빠져나가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거의 뛰다 싶이 손살 같이 내려왔다. 그러나 문제는 초행길이고 또 올라온 길로 내려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중간에 삼 거리가 있는데 다른 길을 택하면 그 날 다시 되 돌아 차까지 간다는 것을 불가능하다. 2시간 이상 아주 빠른 걸음으로 내려왔는데도 삼거리가 보이지 않았다. 옷은 다 젖어 무척 추웠고 시간은 늦은 오후로 접어드는데 점점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복잡한 마음으로 내려가는데 밑에서 두 사람이 올라오는 것이 아닌가? 정말 반가웠다. 이 시간에 유명하지도 않은 트레일을 오르는 사람이 있다니. 그 시간에 그 트레일을 사람을 본다는 것은 정말 기적 같은 일이었다.


길을 물어보니 방금 내가 찾던 삼거리를 지나쳤다는 것이다.  내려오면서 유심히 보면서 왔는데 보지 못했다. 정말 걱정했던 최악의 상활이 발생한 것이었다. 방금 만난 등산 객이 아니었다면 필자는 아마 적당한 장비 없이 산에서 젖은 옷으로 밤을 지새워야 했을 판이었다. 아마 아내가 구조팀을 보냈을지도 모른다.


정신을 차리는 동안 두 등산객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필자는 삼거리를 찾아 바른 길로 들어섰다. 곧 Dry Lake에 도착했다. 비와 우박도 그치고 하늘이 개이기 시작했다. 고도도 낮아서 그런지 날씨도 많이 따뜻해졌다. 이제 바른 길을 찾았고 날씨도 다시 좋아졌으니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Dry Lake에서 가방 안에 있던 마른 옷으로 갈아 있고 스낵을 먹고 기운을 찾았다. 안개가 걷히며 드러난 호수는 너무 아름다웠다.

그렇게 천사는 내게로 다가왔고 나를 큰 문제로부터 구제했다. 천사(天使)는 꼭 하늘에서 신께서 사람을 도우라고 보낸 존재일 필요는 없다. 주의에 있는 사람이 천사일 수 있다. 내 곂에서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것을 도와 큰 위험이나 위기에서 모면케 한 그 어떤 사람이 천사인 것이다. 누가 알랴! 하나님께서 나를 위해 그 사람을 그 시간에 그 장소에 보낸는지.


그 이후 나도 누군가에게 천사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성경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아이들의 모범이 되려고 했고, 전공이나 산행에 대한 글을 뜸뜸히 시간 나는 대로 쓰고 나누고 있다. 또 많은 사람들에게 아름 다운 자연을 즐길 수 있도록 산행 안내도 하고, 사진을 찍어 자연을 사람들 가까이에 가져가고 있다. 이 세상에 좀더 많은 천사들이 있으면 하는 것이 필자의 바람이다.


주의: 필자가 준비를 제대로 했다면 천사를 만나지 않아도 됐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산행길, 그리고 많이 다니는 시간대가 아니면 혼자 산행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 부득히 혼자 산행을 해야 한다면 산행 준비를 더 철저히 해야 한다. 가는 산행 지형을 철저히 공부하고, 만약의 사태를 대비한 예비 옷, 예비 식량, 헤드 렘프, 여분의 건전지, 응급 약품 등을 지참해야 한다. 또 본인의 산행 계획으로 반드시 한 두사람에게 알려주고 가야 한다.



작가의 이전글 산을 정복한다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