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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 재희 Jan 30. 2018

욕심, 과 하면 해롭다

나는 왜 산에 오르는가?

욕심 - 예비되지 않음 소망

욕심(欲心/慾心)의 한자적으로 해석하면 "하고자 하는 마음" 이다. 꿈이나 소망과 다를게 없다. 그러나 사회적으로는 "분수에 넘치게 무엇을 탐내거나 누리고자 하는 마음."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 육심이 언제 문제가 되는가? 필자 개인적인 의견으론 "예비되지 않음 소망"이라고 본다. 아무리 큰 소망이라도 철저히 준비하고 훈련한다면 분에 넘치는 소망, 즉 욕심까지는 되지 않는다. 비록 실패하고 곤경에 빠질수도 있지만 그에 대한 대비책도 있을 때니까 그리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무엇이든 그렇듯 산행에서 욕심은 화를 자초하는 경우가 많다. 오늘은 필자의 욕심이 나 자신을 곤경에 빠뜨리고 많은 사람들을 근심하게 만든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무리한 계획 - University Peak

때는 2006년 8월. 캘리포니아 Kings Canyon 국립공원에 있는 University Peak(4, 144m)을 오르기로 마음먹었다. 집에서 4시간 운전을 해야 하기 때문에 금요일, 일을 조금 일찍 마치고 Trail head에 있는 캠핑장에서 야영을 하고 다음 날, 토요일 새벽 출발하여 당일 집까지 오는 계획을 잡았다.

<녹색이 필자가 택한 길이다. 노란 네모가 필자가 예정없이 추위에 떨며 지냈던 장소이다>

University Peak을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가장 빠른 방법은 Robinson Lake Trail을 출발해  서동 쪽 릿지를 타는 것이다. 이 길의 길이는 약 편도 5.5 km에 1,341 미터의 높이를 올라야 한다.


그러나, 필자는 좀 야심 찬 계획을 세웠다. 그림에서 녹색과 노란색 경로를 택한 것이다. 공식적인 거리는 없다. 왜냐하면 정식 산 길이 아니기 때문에 정확히 측정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약 30 KM거리를 1,300 미터 이상 올라 갔다 내려 갔다 반복을 해야하는 지금 생각하면 욕심이 많은 계획이었다.


8월 25일 금요일 오후 한 시쯤 퇴근하여 곧장 Oinion Valley 캠핑장으로 갔다. 트래픽이 없으면 보통 4시간 조금 걸리는 거리지만 LA 트래픽은 항상 존재한다. 캠핑장까지 5시간쯤 걸린 것 같다. 도착하여 1 인용 텐트를 치고 내일 갈 등산로에 대해 좀 더 공부했다. 언제나처럼 잠은 잘 오지 않았다. 근처에서 떨어지는 폭포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자는 등 마는 등 하며 몇 시간을 뒤척이며 누워 있었다.


SO FAR SO GOOD!!!~

다음날, 8월 26일 토요일, 새벽 4시쯤 대충 아침을 먹고 출발했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됐다. 산행 속도도 기대한 만큼 나왔다. Kearsarge Pass(6.5 km, 3, 584 미터)를 오르니 Kings Coynon 국립공원 경치가 확 눈 앞에 펼쳐 젔다. 보통은 이 곳까지가 하루 코스다.

                                                          <Kearsarge Pass에서 바라본 풍경>

                                                                       <Kearsarge Pass>


필자는 갈 길이 멀었기 때문에 발걸음을 재촉하였다. 이 곳부터는 내리막 길이 었기 때문에 훨씬 수월하고 빨랐다. 날씨도 좋았고 모든 것이 정상이었다. Join Muir Trail을 따라가다가 University Peak이 보이 길로 가파른 길을 올라갔다.


복병 - 가파른 모래 길

그러나 가파른 데다 모래 길이라 두 발 올라가고 한 발 미끄러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2시간이면 충분히 올라가리라 생각했는데 4시간이 더 걸린 것이다. 생각보다 시간이 지체되어 마음이 초초해졌다. 빨리 하산길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하산 길이 잘 보이지 않았다. 내려갈만한 길이 있는 곳을 향해 나아갔다. 좀 가파랐지만 내려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조심조심해서 내려갔다. 벌써 날을 어두워 지고 있었다. 한 참을 내려가는데 절벽이다. 날은 이미 어두워 졌다. 절벽이 얼마나 길은지, 절벽 밑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더 이상 내려가는 것을 무리라는 판단을 했다. 그렇다고 올라가는 것도 무리였다. 깜깜한 밤중에 길도 없는 험한 길을 움직인 다는 것은 사고를 자처하는 꼴이다. 다행히 바위 밑에 좀 평평한 곳이 있었다. 그 밑에 밤을 세워기로 했다.

                               <필자가 밤은 지세운 곳 - 다행히 안전하게 몸을 기댈 곳은 있었다.>


당일 치기 산행 계획이었고 또 빠른 산행을 계획했기 때문에 백팩을 최대한 가볍게 하고 왔다. 텐트나 비상용 침낭 이런 것도 가지고 오지 않았다. 여분의 두 터운 옷도 가져오지 않았다. 바위 밑에 들어가 배낭 커버, 배낭 등을 이용해 몸을 감쌌고, 몸을 웅크렸다. 눈을 붙이려 노력했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거의 4천 미터 가까운 높이였기 때문에 여름이라도 몹시 추웠다. 추위를 이기기 위해 가끔씩 몸을 메사지 해야 했다. 무엇 보다도 가족, 특히 아내가 걱정이 되었다. 오늘 밤 돌아가기로 했는데, 전화가 되지 않기 때문에 연락할 수도 없었다. 추위와 여러 가지 생각으로 잠은 잘 수 없었고, 졸며 깨다를 반복하며 긴긴밤을 보냈다. 날이 밝아 오는 때를 기다릴 수밖에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위쪽 왼쪽에 보이는 경사면으로 내려가다 바위 밑에서 한 밤을 지냈다.>

<태양이 그렇게 반가왔다. 첫째는 모든 것을 비춰 보이게 했고, 둘째는 밤새 추위로 얼음 몸을 녹여 주었다.>


드디어 태양이 뜨다

새벽 밖에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할 때 어제 내려왔던 길로 다시 올라갔다. 올라가면서 내가 어떻게 이렇게 가파르고 험한 길을 내려왔나 생각이 들 정도였다. 사고가 나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다시 산 정상까지 올라가서 어제 계획했던 하산길은 포기하고 어제 왔던 길로 되돌아가기로 결정했다. 다행히 Kearsarge 호수까지 길은 없었지만 정상 쪽에서 호수가 보였기 때문에 별문제 없이 찾아갈 수 있었다. 이제 좀 안심이 됐다. 호수에서 물도 마시고, 세수도 하며 잠시 쉬었다. 남아 있던 에너지 바도 먹었다. 그러나 걱정할 아내를 생각하면 한 시라도 쉴 수 없었다. 있는 힘을 다하여 Kearsarge Pass를 지나 Onion Valley Trail head까지 내려갔다.  

빨리 집에 연락해야 한다는 생각에, 차에 도착하자마자 시동를 걸고 집으로 향했다. 미국은 워낙 넓은 나라이기 때문에 휴대폰이 안 되는 곳이 많다. 트레일 헤드에 전화가 되지 않았다. 약 30분 정도 인근 마을에 내려와서야 비로소 전화가 됐다.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무사하고 집으로 가고 있다고. 집에서는 난리가 났었다. 교회에서 필자의 안전 귀한을 위해 단체 기도를 했고, 구조팀에 신고하려고 했다고 했다.


필자는 이 산행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그중에 하나는 필자의 체력과 그동안의 경험을 믿고 욕심을 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안 가본 산길 상태를 알기는 어렵다. 산행 후기 같은 것을 읽을 수도 있지만, 읽는 다고 해도 내가 가는 시점하고 똑같다고 할 수는 없다. 특히 사람들이 거의 가지 않는 산길은 산행 후기 조차 없다. 아주 적은 정보를 가지고 상태를 잘 알지 못하고 가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때는 둘 중에 하나를 택해야 한다. 사람들이 잘 가고 알려진 등산로를 택하거나, 아니면 돌발의 사태를 대비해 시간, 옷, 음식 등 충분히 대비해 가야 한다. 그러나 필자의 자만심과 욕심으로 남들이 가지 않는 산 길, 그리고 하루 만에 갔다 오기 힘든 먼 거리, 또한 비상에 대한 무방비등 최악의 선택을 한 것이었다. 그 결과는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나만 다칠 뿐 아니라 가족과 교회 분들에게 큰 상처와 아픔을 줄 뻔하였다.  산이 좋아, 건강과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산행하는 것은 좋지만 육심내어 크게 다치거나 주위 분들에게 큰 아픔을 주어서는 안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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