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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 재희 Feb 06. 2018

너 자신을 알라

왜 산에 오르는가?

너 자신을 알라

"너 자신을 알라"는 소크라테스가 한 말로 알고 있기도 한데 사실 이 말은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의 프로 나오스(앞마당)에 새겨져 있었는 글귀로 누가 썼는지 알지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정확히 이 말의 본 의도를 알지 못한다. 누가 썼든 필자는 인생에서 곰곰이 생각해야 봐야하는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왜 나 자신을 아는 게 중요한가? 나 자신의 무엇을 알라고 하는 것인가? 사람마다 각자 다른 대답이 있을 것이다. 필자의 생각은 자신의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엇을 잘하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하면 신이 나고 저절로 웃음이 나오는지? 자신의 한계가 무엇인지? 무엇을 싫어하는지? 자신의 약점이 무엇인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 대해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자신에 대한 평가가 지나치면 욕심이 되고 본인과 주변 많은 사람들에게 큰 화를 초래할 수 있다. 그래서 자신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오늘은 산행를 통해 어떻게 자신을 알게 됐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필자는 2000년 가을 캐나다에서 미국 로스엔젤리스로 이주했다. 직장을 얻고 직장을 통해 영주권 신청을 했다. 영주권은 생각보다 늦게 나왔고 8년 걸려 2008년에나 받을 수 있었다.


로스 엔젤리스에 있는 동안 Whitney를 비롯 많은 산행을 하였고 어느 정도 체력과 산행 실력도 늘었다. 4000 미터가 넘는 산들을 하루에 끝내고 5시간 이상을 운전할 정도로 몸이 강해졌다.


영주권을 받을 무렵 직장을 옮겨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로스 엔젤리스, 시애틀, 포틀랜드, 그리고 콜로라도 덴버 이런 도시에 있는 회사들에 이력서를 넣다. 가능하면 산이 많고 자연이 좋은 곳으로 가고자 하는 마음에서였다. 예상했던 것과 달리 로스 앤젤레스 쪽 회사들로부터 오퍼를 받지 못했고, 시애틀 쪽에서 두 곳에서 오퍼를 받았다. 그래서 시애틀로 이사 오게 됐다. 

시애틀(Mt. Rainier)

시애틀에 살면 날마다 보는 산이 있다. Mt. Rainier이다. 높이는 4, 392미터. 알래스카를 제외한 미국에서 가장 넓은 빙하가 있는 곳이고 한 여름에도 높은 지대에서는 눈이 올 정도로 만년설을 자랑한다. 그래서 시애틀 왠 만한 지역에서는 이 산을 볼 수 있다. 시애틀로 이사한 후 이 산을 오를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이 산은 산행으로 올라갈 수 있는 산이 아니다. 또 혼자 오를 수 있는 산도 아니다. 빙하 때문에 개인 퍼밋을 거의 주지 않는다. 또한 빙하를 여행하기 때문에 어려가지 새로운 기술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빙하 사이에 깊이 갈라진 틈을 크레바스라고 하는데 이 곳에 빠지면 사망하거나 크게 다치게 된다. 또 혼자 빠져나올 수도 없다. 그래서 팀을 이루어 밧줄을 묵어 이동하게 된다. 신발도 특수 신발 위에 크렘 폰이란 장비를 착용해야 하면, Ice Axe도 가지고 가야 한다. 또한 가파른 설사면에서 미끄러졌을 때 멈추는 법, 동료가 크레바스에 빠졌을 때 꺼내는 법, 스스로가 크레바스에서 빠져나오는 법등 여러 가지 기술도 배워야 한다. 한 여름이라도 날씨가 나쁘고 바람이 심하게 불면 영하 20도 이하로 내려가기도 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도 하야한다. 


하여튼 체력으로 그냥 걷기만 하는 산행과는 다른 수많은 기술을 요하고 또한 상당한 위험 요소도 감수해야 한다. 


 

Mt. Rainier는 빙하 등반을 포함하기 때문에 캘리포니아에 있는 산들과 같이 혼자 계획에서 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빙하 등반 경험이 없기 때문에 파트너를 구할 수도 없었다. 그렇다고 빙하 등반 기술을 책이나 Youtube를 통해서 간단하게 배울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Rainier 등반

그래서 생각하는 것이 등반 가이드 회사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백 만원이 넘은 돈을 내고 가이드 프로그램을 이용했다. 이때가 2010년 6월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4일짜리로 첫날은 장비 정검 겸 오리엔테이션이고 두 번째 날은 레이니어 등반에 필요한 각종 기술을 배우고 연습한다. 세 째날은 3000미터 고지에 있는 베이스 켐프까지 이동하고 네 째날 정상을 오르고 하산하게 된다.

필자는 4000 미터 이상급 산들을 산행했기 때문에 별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게다가 가이드 회사를 이용하면 텐트나 로프 등 공동 장비도 가지고 가지 않아도 된다. 물을 끓일 버너나 코펠 이런 것도 필요 없다. 이런 것들은 가이드 회사가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인 장비와 침낭, 끓는 물에 먹을 수 있는 음식 이 정도가 가져가면 된다. 그래서 필자는 별 걱정을 안 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무거운 짐(?)을 지고 눈 길을 걷는 것은 싶지 않았다. 2500 미터 이상을 오르니 조금씩 힘들기 시작했다. 내가 힘들다고 잠깐 쉴 수 없었다. 팀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움직일 때는 같이 움직여야 한다. 3000미터 가까이 가니 정말 힘들었다. 다리는 힘이 없었고 한발 한발 내 디디는 것이 곤역이었다. 덜썩 주저 않고 싶은 마음 이외는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팀에가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안감힘을 다해 걸었다. 이렇게 힘들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살 면서 여태까지 이렇게 산을 어렵게 오른것은 처음이었다. "비싼 돈을 내가며 내가 왜 이 고생을 하지?"하는 생각도 잠시 하였다. 하여튼 죽을힘을 다해 갔다.  드디어 가이드 회사가 쓰는 돌로 된 쉘터에 도착했다. 너무 힘들어서 밥 맛도 잃었다. 저녁으로 Mountain House제품을 가지고 갔는데 억지로 내일 등반을 위해 반 정도 먹었다. 또 다리에서는 쥐까지 나기도 했다. 은근히 내일 등반이 걱정되기도 했다.


눈 사태 위험으로 정상 등반 포기

저녁에 산악 가이드가 최근 눈이 너무 많이 와 눈사태 위험으로 내일 정상 등반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행이다란 생각이 들었다. 정상 등반을 위해선 보통 밤 10시 정도 일어나 준비하고 출발한다. 몇 시간 잠깐 눈 붙히고 올라가는 것이다. 다행히 내일 정상 등반을 하지 않으므로 밤에 출발하지 않고 새벽에 출발한다고 한다. 4시쯤 일어나 출발한 것 같다. 약 3400 미터 지점에 있는 Ingraham Flats지점에 가니 해가 솟아올랐다. 해가 떠오르자 주변 바위들을 금세 붉은색으로 물들었다. 참 아름 다웠다. 어두움을 뚫고 솓아 오르는 태양은 포근함과 따뜻함을 주었다. 이 순간만은 세상 어떤것도 부럽지 않다. 아픈 다리도, 꽁꽁언 몸, 신체의 불편함도 아침 햇살의 부르러움 앞에 잊어 버린다.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은 마음을 뿌듯하게 하고 따뜻하게 한다. 이 황홀한 감정은 백만원 이상 가치를 하고도 남았다.    눈 산태의 위험으로 더 이상 진행하는 것은은 무리였다. 아쉽지만 이 곳에서 발길을 돌려 하산해야 했다.



무엇을 배웠나?

이 등반을 통해 필자 자신에 대해 많이 알게 됐다. 아직 필자는 빙하 등반에서 어린아이와 같이 부족하다는 것. 필자의 체력이 아직 빙하 등반할 만큼 강하지 않다는 것. 빙하 등반은 일반 산행과 많이 다르다는 것. 시험에서 F를 받고 낙제를 한 것같이 자신에 대해 실망 스러웠지만 한 편으론 자신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계기되어 좋았다. 정확한 평가 위에 필자가 무엇을 얼마만큼 더 노력을 해야 하는지 알았기에 소중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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