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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 재희 Feb 12. 2018

저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나는 왜 산에 오르는가?

호기심

인생은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경우가 많다. 나름대로 계획을 세우고 준비를 했지만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때가 있다. 이 것이 실패가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무엇이 실패와 기회를 구분시키는 걸까? 필자는 호기심이라고 생각한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이렇게 말했다. "나는 특별한 재능이 있는 것이 아니고, 단지 굉장히 호기심이 많다." 사무엘 존슨은 말했다. "호기심은 영원하고 확실한 활기 찬 마음의 한 특징이다." "호기심음 활발한 지식인인 죽을 때까지도 변함없이 갖는 성격적 특성 중의 하나이다."


지난번 연재, "너 자신을 알라"에서 필자는 첫 Rainer 등반 이야기를 했다. 많은 돈을 들이고 시간을 썼지만, 결국 정상까지 가지는 못했다. 좋은 기회를 놓쳐 많이 아쉬웠지만 자연 앞에 순응하는 것이 산악인의 자세가 아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좋은 기회를 놓쳤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수 없었었다. 레이니어 정상은 어떻게 생겼을까? 하는 호기심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인터넷에서 정상 사진과 영상을 봤지만 실감이 나지 않았다. 다시 도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레이니어 국립공원 지도. 필자의 등반 경로는 지도 밑 부분의 Paradise를 출발, Camp Muir에서 일박하고 Disapointment Cleaver를 거처 정상에 오르는 것이다.>


등반 파트너를 찾습니다

이제 기본적인 훈련도 받고 필요한 장비도 구했으니 같이 갈 등반할 파트너를 구하는 것이 가능해 보였다. 그래서 찾기로 했다. 먼저 산악인들이 많이 찾는 몇몇 사이트에 레이니어 등반 파트너를 구한다는 글을 올렸다. 그중에서 http://cascadeclimbers.com/  을 통해 미국 동부 보스턴 쪽에서 젊은 청년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약 한 달 후 7월 말로 등반 일자로 잡고 등반 준비를 했다. 


두 번째 시도

7월 27일 보스턴에서 날아온 Jack를 픽업하여 레이니어로 향했다. 날씨는 좋았다. 장비를 점검하고 등록(정상을 오르기 위해서는 등록을 하고, 등반 허가를 받고 등반 비용을 내야 한다)하고 오전 10:30 쯤 파라다이스 주차장을 출발했다. 한 달 전 베이스캠프가 있는 캠프 뮤어까지 가는데 무척 힘들었는데 이번에는 별로 힘들지 않았다. 4시간 만에 30 Kg 무게 백팩을 들고 올라갔으니. 그동안 체력이 좋아 진건가? 아니면 3명의 한 팀으로 갔기 때문에 부담 없이 네 페이스로 걸었기 때문인가? 하였튼 이른 오후에 도착했으니 여유가 있었다. 숙소를 쓰던 공용 대피소에서 다른 세 명으로 구성된 한 팀과 같이 등반하기로 했다. 그래서 6명으로 구성된 팀이 됐다. 이렇게 하면 무게를 조금 줄일 수 있다. 또 사고가 생겼을 때 구조 작업이 훨씬 수월하다. 하여튼 초행이고 경험도 별로 없던 나로서는 다행이었다.


밤 10시 일어나 간단한 식사를 하고 준비를 했다. 그중 한 파트너가 다리가 좋지 않고 갈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5 명이 한 팀이 됐다. 밤 11시 로프를 묶고 출발했다. 크레바스가 많이 보였다. 그중 몇몇 크레바스는 몇십 미터가 넘어 보였다. 보퉁은 크레바스를 피해 최대한 우회해서 가는데, 크레바스 폭이 좁고 또 상당히 많이 우회해야 할 경우 크레바스를 뛰어넘는 경우도 있다. 우리 팀도 서너 개를 뛰어넘었다. 3600미터 높이에 이르니 파트너 중 한 명이 고산증로 힘들어했다. 결국 더 이상 못 올라가겠다고 한다. 그렇다고 혼자 내려 보낼 수는 없다. 왜냐하면 크레바스가 많이 있기 때문에 적어도 2명 이상 팀으로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로 산 로프를 반으로 잘라, 고산증이 있는 친구와 또 한 명을 묶어서 내려 보냈다. 그리고 필자를 포함한 나머지 두 명은 계속해서 올라갔다. 



약 4100 미터 높이에 오르니 태양이 떠 올랐다. 정말 멋있었다. 필자는 산에서 해맞이를 좋아한다. 어두움을 뚫고 동녘에 불게 떠오르는 태양, 정말 가슴을 따뜻하게 하고 희망을 준다. 발아래 구름이 붉은색으로 변하고 빙하들이 반짝반짝 빛났다.  그러나 이렇게 감상을 즐길 시간도 잠시. 현실은 현실이다.  어젯밤 10시 일어나 계속 움직였다. 추위와 싸워야 했고 크레바스들을 긴장해서 피해 다녀야 했다. 고산이라 산소도 부족했다. 피곤이 밀려왔다. 주저앉아 푹 쉬고 싶다. 뜨근한 해장국에 밥 한릇 말아먹고 싶다. 


이제 부터는 자기와의 싸움이다. 피곤하다고 힘들다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쉬면 다시 일어나 오르는 것은 정말 힘들다. 힘들더라도 묵묵히 오르는 것이 답이다. 이제 얼마 가지 않으면 정상인데 포기할 수 없었다. 한발 한발 발을 옮겼다. 얼마를 걸었을까? 아침 6:30쯤 남쪽 분화구 능선에 도착했다. 


드디어 정상에 오르다


안심이다. 이제 좀 쉴 수 있다. 이 곳이 가장 높은 곳, 정상은 아니지만 분화구를 가로질러 북쪽 끝으로 가는 것은 거의 평지를 걷는 것 같이 쉽다. 드디어 그렇게 꿈에 그리던 레니이어 정상에 오른 것이다. 필자의 두 눈으로 뚜렸히 레이니어 정상을 본 것이다. 날씨 또한 청명했다. 발아래 보이는 구름, 산들 너무 아름다웠다. 그러나 정상에 그리 오래 머무를 수 없었다. 강한 바람으로 몹시 추웠다. 약 20분 정도 정상에 머무른 후 하산하였다



 




실패를 기회로 만들다

한 달 전 정상에 오르지 못한 것은 실패가 아니었다. 오히려 성공에 이르게 하는 기회가 되었다. 실패를 기회로 마든 가정 큰 요인은 호기심이었다. 정상이 어떻게 생겼는지 필자 눈으로 꼭 보고 싶었다. 정상에 오른다고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 사람들이 인정해 주는 것도 아니다. 금전적 이익을 얻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필자 스스로 보고 경험해 보고 싶었다. 이 호기심을 기초로 또 한 번의 기회를 만들었고 성공으로까지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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