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이유 모를 슬픔
어렸을 적, 한 일곱 살 무렵,
혼자 그네를 타고 있을 때이던가
설명할 수 없는 이유 모를 감정,
슬픔이라 정의하기 애매한 무언가가
마음 한편에 자리 잡았다.
그것은 가벼운 슬픔 같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크기가 너무 커서, 슬프다 못해
왠지 불쾌하고 기분 나쁜 간지러움 같은,
조금이라도 빨리 떨쳐내고 싶은 것이었다.
그러나 그날을 시작으로 그것은 나를 가끔씩,
하지만 아직까지도 꾸준히 찾아온다.
너는 대체 무엇인가, 고민해 보지만
명쾌한 답을 내리기 어렵다.
정신적으로 우울한 것도 아니고
신체적인 문제인가 알아보아도
완벽히 설명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어디선가 떠돌던 글을 떠올렸다.
간혹 이유 없이 슬픈 순간이 있다면,
그건 아마 누구에게도 기억되지 못하고
홀로 쓸쓸히 생을 마감한 이들의 죽음을
우리 모두 나누어서 잠시나마 애도하는 거라고.
모두가 행복한 삶과 죽음을 마주할 수 있는
세상이 아니라는 사실에 대한 안타까움과
흔적 없이 사라지고야 만 그들의 대한 그리움과
나의 작고 보잘것없음에 대한 무력감과
이름 모를 이들이 살았던 각박한 삶들과는
대비되는 나의 모습에 대한 부끄러움이,
내가 그때 이해할 수는 없었더라도,
이 세상을 살아가는 존재로서
당연한 숙명을 받아들여야 하기에
아마 그런 감정을 낳은 걸까.
견디다 못해 마음 한편을 잠시 덮어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