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시작하는 나의 생애 첫 직장
미국은 한국과 달리 의학 대학원에 진학하며 의사의 길을 걷게 되는데, 대학 졸업 후 대학원을 준비하며 2년가량의 “쉬는” 시간을 갖기로 한 나는 병원에서 경험도 쌓을 겸 최근에 Medical Assistant로서 일을 시작했다.
미국은 Medical Assistant (이하 MA)라는 직업이 있는데 ‘의료 보조’라는 뜻으로 한국에도 비슷한 직업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우리 클리닉에서만 스무 명이 훌쩍 넘는 의료 보조가 있으며 나처럼 학교 진학을 준비하며 잠시 일하는 사람들도 있는가 하면, 20년 가까이 일하고 계신 분들도 계신다.
심장학과에서 일하고 있는 현재, 주로 하는 일은 1. 환자 차트 준비하기 2. 환자 Rooming 하기 3. 기본적인 검사하기 등이 있다.
먼저, 환자 차트를 준비하는 것은 생각보다 상당히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데, 환자가 병원으로 오기 전 필요한 의료 정보를 차트에 입력하고, 당일 필요한 검사를 미리 준비해 둔다. 따라서 중요 정보를 위해 다른 병원이나 환자분들에게 연락을 돌리며 수소문해야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새로 오는 환자 분들 경우, 특히 준비해야 할 것이 많은데, 이전 병원의 기록을 샅샅이 뒤져가며 우리 병원 시스템으로 옮겨놔야 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환자분이 병원으로 왔을 때, “rooming”을 한다. 간단하게 말해 환자가 의사를 만나기 위한 준비를 해놓는 것이다. 환자분의 몸무게와 바이탈을 받은 후, 환자의 복용 중인 약과, 현재 증상, 그리고 기본 인적 사항들을 물어보고 체크하는 시간이다. 처음 일을 시작할 때 혈압을 청진기로 직접 재야 해서 일주일 가량 열심히 연습했었다. 낯선 의약품의 이름도 당황한 마음을 감추어 가며 불러보다 보니 이제는 어느 정도 감을 잡아 약의 상표 이름까지도 대충 때려 맞출 수 있다.
마지막으로 환자의 상태에 따라 별도 검사가 필요할 때가 있는데, 간단한 검사는 보통 내가 직접 진행한다. EKG (심전도)나 Padnet이나 ABI (혈압을 더 자세하고 정확하게 재기 위한 기술), 또는 pacemaker 혹은 ICD (맥박 조정 장치 혹은 제세동기) 검사, 그리고 심장 모니터 부착까지 하고 있다.
의료계에 첫 발을 디딘 소감은 참 많이 지칠 때도 있다는 것이다. 가끔 이유 없이 욕을 먹기도 하고, 영혼 없이 목소리만 높여 웃어야만 할 때도 많다. MA라는 직업 특성상 밑작업을 해두는 직업이기 때문에 쉽게 화를 입기도 한다.
그러나 눈물 흘리는 환자분을 위로해줄 수 있을 때, 고맙다는 말을 전해 들을 때, 조금 더 오래 이곳에 머물러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 얼마 되지 않았지만 많이 배워가고 있는 중이다. 힘겨운 날도 꾹 참고 지나갈 수 있기를, 나의 열정이 꾸준히 오래가기를.
p.s. 커버 사진은 출근길에 찍은 하늘 사진이다! 하늘이 참 예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