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브리 Nov 06. 2023

의외로 분위기 메이커인 내 남편

로봇 같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병원에서 일하다 만난 간호사 언니 부부와 함께 생전 처음 ‘탑 골프’를 치러 갔다. 알게 된 지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같은 팀으로 일하다 보니 꽤나 각별해졌기에 서로의 남편을 소개할 겸, 부부 동반 데이트를 계획했다.


언니의 남편은 듣던 대로 조용한 분이었다. 밝고 잘 웃는 언니와 잘 어울리는, 굉장히 차분하고 젠틀한 느낌이었다. 엉겁결에 내 남편이 분위기 메이커가 되었다. 굳이 따지자면 내향성이 강한 사람인데도 쉽게 분위기를 풀어나가는 그를 보며 참 뿌듯했다. 그는 자신의 몸을 사리지 않고 언니네 부부를 웃겼으며, 어색한 침묵이 오래가지 않도록 때에 맞추어 농담을 던졌다.


최근에 느끼건대, 그는 어딜 가나 사람들의 시선을 두려워하지 않고 분위기를 이끌어나가고 있다. 솔직히 그런 그의 모습이 조금은 생소했다. 사실 그가 처음부터 이런 사람인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는 관계에 있어 서툴기 짝이 없는 사람이었다. 타고나기를 사회성이 부족했고, 로봇 같은, 때때로는 아이 같은 사람이었다. 그보다는 눈치도 빠르고, 사람들과의 관계에 능숙했던 나는 그런 그에게 자주 핀잔을 주기도 했다. 6년가량을 사귀면서 서로 참 오랫동안 힘들었던 부분이다.


그는 때와 상황을 가리지 않고 불쾌함을 있는 그대로 내비친다거나, 눈치 없이 끝까지 자기 할 말을 한다던가, 나로선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들을 했다. 정말 당황스러웠던 순간들이 참 많았다. 특히 시댁과 엮여있는 상황에서는 답답하기가 그지없었다.


그런 그가 수년에 걸쳐 차츰 발전하나 싶더니 어느새 나보다도 낫다, 생각 들 때가 많다. 그의 미숙함은 이제 당당함으로 바뀌었다.


나는 그럼 변화한 그의 모습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칭찬을 한다.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는 모습이 참 멋있었다고!


매거진의 이전글 어떻게 남편은 눕기만 해도 잠들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