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대신 개를 키워볼까?

친구의 반려견을 맡아주었다

by 아브리

친구가 여행을 가며 5일 동안 반려견을 맡아주었다. 우리의 책임거리가 하나 더 늘었는데 기분이 썩 나쁘지만은 않았다.


좁았던 예전 집에서 나와 공간적으로 여유가 조금 더 생긴 지금, 무언가 하나 더 들여오면 기분 좋게, 하지만 약간은 빠듯하게 들어찰 것 같다. 결혼한 지 어느덧 일 년을 넘어갔지만, 어린 나이에 결혼한 만큼… 아직 아이 생각은 없다. 사람 일은 한 치 앞 모른다지만 일단은 한참을 미뤄도 급할 것 없기에.


그러나 결혼을 해서 그런지, 어느 순간부터 남편이 아이를 참 예뻐한다. 현재로서 실현 가능성 없음을 본인도 아주 잘 알면서 실없는 농담을 자주 한다. 가정이라는 울타리가 생기니 무언가 책임지고 싶은 것일까? 아이는 무리지만 반려견을 들일까 고민하고 있다. 그러나 작은 생명이라도 책임감은 막중하지 않은가! 한참을 고민하던 와중 친구의 반려견을 맡게 되었다. 반려견에 대해 더 알아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겠다 싶었다.


미니라는 이름 가진 아이는 2년 반정도 된, 강아지 나이로 15살 정도다. 똥꼬 발랄한 그녀는 아주 귀엽고 아주 귀찮았다. 친구가 평소에 2-3일에 한번 정도 산책을 나간다고 하기에 책과 동영상으로 배운 것과 달라 약간 의아했다. 그래서 본디 에너지 분출이 크게 없는 아이라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절대 아니었다. 알고 보니 그냥 주인이 조금 게을렀던 걸로…


미니는 매일매일 아침 여섯 시에 일어나 한 시간가량 산책을 나가고 오후에는 뒷마당에서 한참을 뛰어놀고 집안에서 터그 놀이를 세 번씩 해줘도 지칠 줄 모르는 에너자이저였다. 왜인지 남편보다 나를 유난히 더 따라 화장실에 가도 쫓아오는 아이를 억지로 내보내야 했지만, 안 쫓아오면 괜히 또 아쉬웠다. 나의 무릎 위에 머리를 두고는 관심을 끌려는 아이가 웃기고 짠했다. 오롯이 나에게 의지하는 누군가 있다는 것은 참 오묘한 일이었다. 번거로운 만큼 좋았다. 우리만의 반려견이 있다면 더 사랑해 줄 수 있을 텐데, 싶었다. 아무래도 아주 잠시 맡은 아이다 보니 더 잘해주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지만, 반려견을 키우는 것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미니를 맡은 초반에는 오히려 바로 입양하고 싶었는데, 후반에는 우리가 반려견을 입양하기에 더 적절한 시기를 기다려야겠다 마음먹게 되었다.


그러면서 한동안 서치를 하는데, 유기묘와 유기견이 내 생각 이상으로 정말 정말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주변 모든 유기견 보호소가 더 이상 자리가 없어 입양이나 임시 보호를 부탁하고 있었다. 그중 한 곳은 개인이 운영하는 보호소였는데, 운영하시는 분이 번아웃이 심하게 오셨는지 장문의 포기 선언을 쓰신 것을 보았다. 아무리 해도 끝나지 않는 일에 회의감을 극심하게 느끼며 몸과 마음이 다 망가져 오늘부로 아무 개도 더 이상 받지 않겠다는 이야기였다. 잘 모르는 나도 마음이 착잡해지는 이야기였다. 언젠가 봉사활동을 갈 수 있으면 좋겠다. 개인사정상 고양이는 키울 수는 없지만, 될 수 있으면 유기견을 입양하는 쪽으로 계획해 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우리에게도 곧 예쁜 강아지가 와주길 바라며 짧은 만남이었지만 미니도 앞으로 더 행복한 견생을 살길 바란다!


애처롭게 나를 바라보는 친구의 반려견, 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