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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찬우 Jan 17. 2020

2. 명탐정 코난: 名探偵コナン(연재중)

연재가 너무 길어지는 바람에 이젠 뭐가 뭔지 모르겠는 만화 

A. 기본 개요 – ‘위대한 추리소설의 현대판 재해석. 하지만...’


1994년부터 현재까지 연재가 계속되고 있는 초 장수 연재 만화이자, 작중 에피소드가 1000화를 넘긴 유일한 작품. 단행본 발행 수는 일본 현지 기준 97권(한국 기준으로도 96권)으로, 앞서 설명한 ‘원피스’보다 더 많은 양을 자랑한다. 


‘원피스’에 이어 부동의 2위를 지키고 있는 작품이자, 일본의 추리소설 작가인 ‘에도가와 란포’와 ‘셜록 홈즈 시리즈’로 유명한 영국의 ‘아서 코난 도일 경’에서 모티브를 따온 캐릭터가 좌충우돌, 종횡무진하며 온갖 사건들을 해결해 나가는 추리 만화이다.  

다만 연재가 너무 길어지면서 당초의 주제의식을 잃고 그저 연재를 이어나가며 프렌차이즈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 케이스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부분도 적지 않은 작품이기도 하다. 

B. 줄거리 - 초등학생이 되어버린 명탐정의 고군분투’


겉보기에는 남들과 다를 것 하나 없는 평범한 고등학생인 ‘쿠도 신이치’는 실은 잘 나가는 명탐정. 크고 작은 사건들을 명쾌한 추리력과 범인을 초월하는 풍부한 지식으로 해결한 전적이 있으며, 경찰조직조차 그에게 사건의 해결을 의뢰할 정도. 


신속하고 정확한 신이치의 상황 분석 및 사건 해결 능력은 그로 하여금 ‘헤이세이(平成)의 홈즈’, 혹은 ‘21세기의 셜록’이라는 이명을 갖게 해주었을 정도.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소꿉친구로 함께 지내온 ‘모리 란’에게 만큼은 냉정하고 침착한 자세를 유지하지 못한다. 

신이치는 어느 날 란과 함께 놀이공원에 놀러갔다가 수상한 거래를 목격하고 이를 추적하지만 괴한이 휘두른 곤봉에 머리를 맞고 의식을 잃는다. 그리고 괴한은 신이치의 입안에 정체모를 약을 투여한 뒤 사라져버린다. 
 
시간이 흘러 놀이공원을 순찰하던 경비원들에게 발견되어 의식을 되찾은 신이치는 경악한다. 자신의 몸이 초등학생 정도로 작아져 버린 것. 다급해진 신이치는 평소에 탐정 일 관계로 친분이 있던 아가사 박사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되는데….


C. 
중점설명 - ‘일본식 추리물의 역사적 배경’


현대 서양 문학에 있어 추리 소설이라는 장르는 故 에드가 엘런 포우(Edgar Allan Poe, 1809년 1월 19일~ 1849년 10월 7일)가 1841년에 발표한 그의 세번째 소설 작품인 ‘모르그 가의 살인사건(The Murders in the Rue Morgue)’이 최초라고 할 수 있고, 이후 영국의 아서 코난 도일 경(Sir Arthur Ignatius Conan Doyle, 1859년 5월 22일 ~ 1930년 7월 7일)이 1887년에서 1927년까지 총 40년에 걸쳐 발표한 셜록 홈즈(Sherlock Holmes) 시리즈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하나의 문학 장르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옆 나라 일본의 경우 메이지 유신을 거쳐 봉건시대의 막을 내리고 개화기를 맞이하게 되면서 서양 문학에 강한 영향을 받게 되는데, 그 중에서도 일본의 근현대 문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이 바로 이 ‘추리소설’ 장르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마찬가지지만 일본은 ‘권선징악’을 테마로 한 구전동화나 가부키 같은 무대예술을 제외하면 오늘날 우리가 인식하는 추리물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특히 중세에서 근대에 이르는 일본의 범죄물들은 대부분 어느 정도 권력을 가진 봉행(奉行 부교우, 헤이안 시대에서 에도 시대에 걸쳐 존재한 일본 무가의 중간관리직)나 다이묘(大名)들이 범죄자들을 검거하는 내용을 담은 것들이었기 때문에 일반인이 사건을 추리하고 해결한다는 서양의 추리물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일본 최초의 추리소설은 1889년에 ‘쿠로이와 루이코우(黒岩涙香)’가 발표한 ‘무참(無惨)’이라는 소설이 최초인데, 못 생기고 뚱뚱한 외모를 가졌지만 천부적인 추리 능력을 지닌 말단 경찰관, ‘카니마타’가 도쿄 츠키지 인근에서 무참히 살해된 체 변사체로 발견된 한 40대 남성의 죽음을 풀어나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주인공의 외모가 특출나게 잘 생긴 것도 아니고 직업 또한 말단의 경찰관이지만 다른 등장인물들에 비해 초인적이라고 까지 할 정도로 탁월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능력이 일반 독자들에게 큰 매력으로 작용했다. 


또한 ‘오카모토 키도우(岡本綺堂)’가 셜록 홈즈 시리즈의 영향을 크게 받아 1917년에 발표한 ‘한시치박물장(半七捕物帳, 한시치토리모노쵸우)’, 1935년에 ‘노무라 코우도우(野村 胡堂)’가 발표한 ‘제니가타헤이지박물공(銭形平次捕物控, 제니가타헤이지토리모노히카에)’ 등이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한다. 그러나 일본의 추리소설 태동기에 태어난 이 작품들은 대부분 시대 배경을 에도 시대로 삼았으며, 현대적인 소설이라기 보다는 사극에 가까운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이후 1923년에 ‘2전짜리 동전(二銭銅貨)이라는 단편소설로 문단에 데뷔한 이래 ‘아케치 코고로’ 시리즈, ‘괴도 20면상’, ‘소년탐정단’ 등을 집필하며 일본의 추리 소설 장르의 기틀을 마련한 ‘에도가와 란포(江戸川乱歩)’, 그리고 에도가와 란포와 함께 추리 소설 잡지 등의 편집자로 활동하다가 전후 본격적으로 추리 소설 작가로 등단을 하여 ‘긴다이치 코우스케’ 시리즈를 탄생시킨 ‘요코미조 세이시(横溝正史)’ 등이 등장하면서 일본식 해석이 가미된 고전 추리 소설 장르가 탄생하였으며, 1970년대 이후부터는 ‘마츠모토 세이초(松本清張)’를 중심으로 기존의 트릭과 사건 중심의 고전적인 추리 소설에 비해 보다 인문학적 접근과 심리학적 분석을 가미한 이른바 ‘사회파 추리소설’이 태동하게 되면서 일본 만의 독특한 추리 소설 장르가 탄생하게 된다. 


그러나 일본 만화, 특히 소년만화들의 경우 복잡한 심리묘사가 필요한 사회적 추리물보다는 미스터리한 요소들과 탐정과 범인의 카리스마에 의존하는 고전 추리물의 특징을 답습하는 경향이 좀 더 강한데, 이유는 사회적 추리물들에 비해 이 쪽이 훨씬 몰입하기 쉽기 때문이다. ‘소년 김전일’이 그렇고, ‘명탐정 코난’ 또한 그렇다.  


D. 
그리고 몇 가지 재미있는 사실 - ‘명작들에 대한 오마쥬’


a. ‘쿠도 신이치’가 어린 소년의 모습이 되면서 자신의 존재를 숨기고 가명을 사용하게 되는데, 바로 ‘에도가와 코난’이다. 일본 고전 추리물의 대부인 ‘에도가와 란포’와, 셜록 홈즈 시리즈의 작가인 ‘아서 코난 도일’의 성과 이름을 따온 것으로, 두 작가에 대한 오마쥬인 셈.  


b. ‘에도가와 란포(江戸川乱歩)’라는 필명 또한 추리 소설 작가에 대한 오마쥬이다. 바로 ‘에드가 엘런 포우(Edgar Allan Poe)’의 이름을 일본식 한자 발음으로 풀이한 것이다. 


c. 기존의 추리 소설 작가나 혹은 추리 소설의 등장인물에 대한 오마쥬는 일본의 추리 소설과 라이트 노벨, 그리고 만화 장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특징이다. 가령 ‘긴다이치 소년 사건부(국내에서는 소년탐정 김전일)’의 경우 ‘요코미조 세이조’의 대표 캐릭터인 ‘킨다이치 코우스케의 손자’라는 설정이다. ‘루팡3세’에 등장하는 ‘제니가타 경부’ 역시, ‘노무라 코우도우’의 소설에 등장하는 에도 시대의 탐정, ‘제니가타 헤이지’의 후손이라는 설정이다.

심지어 '비탄의 아리아(緋弾のアリア)'의 경우, 주인공 칸자키 홈즈 아리아(神崎・ホームズ・アリア)는 영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인물이자 셜록 홈즈의 증손녀라는 설정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일본의 추리물에서는 유명작품의 등장인물들에 대한 오마쥬가 넘쳐 흐른다. 좋게 보자면 훌륭한 작품들에 대한 오마쥬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이걸 나쁘게 보자면 유명세에 걸치는 느낌? 


d. ‘원피스’와 달리 기네스북에 등재되지는 못했지만, ‘명탐정 코난’ 또한 엄청난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데, 바로 작중에서 사망하는 피해자의 수다. 26년간 연재되는 과정에서 1천명을 훌쩍 넘겼다. 적어도 만화만을 가지고 본다면 ‘에도가와 코난’이 존재하는 세계에서의 도쿄는 전세계에서 범죄율이 가장 높은 도시인 셈.  

e. 시대상을 잘 반영하고 있는 작품이다. 가령 연재 초기에만 해도 휴대폰 같은 건 등장하지도 않았지만 이후 연락수단으로 휴대폰이 등장했고 최근 연재 분에서는 스마트폰이 등장하거나 SNS를 사용하는 묘사도 등장한다. 월드컵이나 올림픽 같은 국제 경기나 사회 전반적인 흐름의 변화를 작품 내에 잘 녹여내고 있는 셈.

E. 총평 

연재 초반에는 추리만화로서도 소년만화로서도 손색이 없는 훌륭한 작품이었지만 연재가 길어지면서 주제의식이 사라지고 그저 연재를 이어나가기 위해 스토리를 구성하고 결말을 짓는다는 느낌이다. 일단 작가인 '아오야마 고쇼우(青山剛昌)'가 연재를 끝낼 의지가 없어보인다는게 가장 큰 문제가 아닐까 한다. '원피스'는 그나마 '80%까지 왔다'는 이야기라도 했지만 '명탐정 코난'은.....

한때는 '새로운 감각의 추리만화'로 각광을 받았지만 현재는 '추리만화를 그릴 때 가장 주의해야 할 요소를 모두 갖춘 반면교사적 작품'이라는 취급이 더 강해진 작품이다. 개인적으로도 그리 추천해드리는 작품은 아니다. 

뭐, 그렇다구. 후후후후 

이 만화를 읽는데 필요한 덕력지수: 15

접근성: 2

난이도: 2

특색: 4

재미 포인트: 3 

감동 포인트: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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