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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찬우 Jan 19. 2020

3. 나츠메 우인장: 夏目友人帳(연재 중)

따뜻한 요괴 이야기 

A. 기본 개요 - ‘작가의 두번째 작품이자 히트작’ 


1998 년에 일본의 순정만화잡지인 ‘LaLa DX’를 통하여 문단 데뷔를 한 순정만화작가, ‘미도리카와 유키(緑川 ゆき)’의 일곱 번째 만화작품이자 두번째 장편 만화작품이다. 


2003년부터 ‘월간 LaLa(月刊 LaLa)’에서 연재가 시작되어 현재까지 총 24권의 단행본이 발매되었으며, 인기에 힘입어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되었다. 국내에서는 학산문화사에서 정식 수입하여 발매하고 있고, 단행본의 누적 판매부수는 1천만부를 기록하고 있다. 


어릴 적부터 요괴를 볼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소년이 어느 날 자신의 외할머니가 남긴 유품, ‘우인장(友人帳)’을 손에 넣으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담은 작품이다. 
 
 일본의 각종 설화를 바탕으로 한 요괴들이 등장하는 만화지만, 공포를 조장하거나 호러물 같은 설정은 존재하지 않고,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 사는 사람과 요괴들 간의 우정을 담은 훈훈한 이야기로 이른바 ‘치유계 만화’로서 각광을 받기 시작했으며, 여성 팬들 뿐만 아니라 남성 팬들에게도 인기를 얻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미도리카와 유키’ 특유의 깨끗한 선과 잔잔한 화법에, 매 에피소드마다 조용하고 부드러우며 심금을 울리는 스토리를 특징으로 하고 있다. 


애니메이션의 경우 2008년 7월 7일에 첫 시리즈가 방영이 시작되었으며, 현재까지 10년에 걸쳐 총 6편의 시리즈가 제작, 방영되었다. 


B. 
줄거리 - ‘요괴가 보이는 소년의 자아 찾기’


어릴 적에 부모를 여읜 소년, ‘나츠메 타카시(夏目 貴志)’는 남들에게 말 못한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보통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요괴’를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것. 이 능력 때문에 사람들 사이에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으며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보고 싶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요괴’가 보이는 능력 덕분에 갖은 사건과 사고에 휘말리게 되고, 이로 인하여 거짓말쟁이 취급을 받거나 ‘어딘가 음침한 아이’라는 소리를 들어가면서 점차 내성적이고 남들에게 관여하려 하지 않는 성격을 지니게 된 타카시는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친척집들을 전전하다가 아버지의 먼 친척인 ‘후지와라 시게루(藤原 滋)’와 그의 부인, 후지와라 토우코(藤原 塔子)’의 슬하에 들어가게 된다. 타카시를 눈엣가시처럼 여기던 다른 친척들과 달리 후지와라 부부는 타카시를 친자식처럼 대하지만, 타카시는 좀처럼 마음을 열지 못하고 있었다. 


후지와라 부부가 살고 있는 마을은 과거에 타카시와 같은 능력을 지녔던 것으로 알려진 타카시의 외할머니, ‘나츠메 레이코(夏目レイコ)’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었고, 타카시는 이 마을에서 외할머니의 유품인 ‘우인장(友人帳)’을 물려받는다. 


이 수첩에는 요괴들의 이름이 적혀 있는데, ‘요괴’들을 상대로 내기를 하여 이긴 ‘레이코’가 요괴들의 이름을 빼앗아 담은 것으로, 수 많은 요괴들이 자신들의 이름을 되찾고자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우연한 기회로 마을의 사당에 고양이의 모습으로 봉인되어 있던 요괴, 마다라(斑)의 봉인을 풀어준 보답으로 ‘자신을 지켜주는 대신에 언젠가 자신이 죽으면 마다라에게 우인장을 넘기겠다’는 약속을 하게된 타카시. 그는 우인장에 매어있는 요괴들에게 이름을 돌려주기로 다짐하게 되는데… 


C. 
중점설명 - ‘일본 요괴 문학의 배경 및 역사’ 


요괴(妖怪)라는 것은 말 그대로 ‘요상하고도 괴기한’ 것을 의미하는데, 일본의 경우 고대로부터 인간이 생활하는 이승과 요괴들이 사는 이계(異界) 사이에 수 많은 경계가 있다고 여겨져 왔다고 한다. 


이는 비단 일본인들 뿐만 아니라 한국인들, 나아가서는 동서양의 모든 이들에게도 적용되는 것이지만, 일본인들은 특히 이계(異界)에 사는 존재들인 요괴들과 그들의 세상을 상상하면서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인식하려 하거나 혹은 이러한 설화를 통하여 현실을 살아가는 자신들의 모습을 투영하기도 하고 또는 천재지변이나 계절의 변화 등 당시 인간의 지식이나 기술력으로는 해석하기 힘든 현상들에 대해 요괴들의 모습을 통해 대변하기도 했다. 


특히 고대의 일본인들에게 있어 요괴들은 주로 인간이 지니지 못한 특별한 능력을 지닌, 인간을 초월한 존재로 여겨져 왔고, 개중에는 신으로 모셔진 경우도 상당히 많다. 또한 불교가 전래되면서 기존의 요괴들 중에는 원래는 인간이었지만 저주로 인하여, 혹은 악한 마음을 품거나 이승에 미련을 두게 되어 ‘성불’하지 못한 존재로 인식되기도 하거나, 부처나 관음보살이 현세에 이르러 다른 모습을 하고 중생들을 보살피기 위해 나타나는 것으로 인식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헤이안 시대까지 ‘신’으로 모셔지면서 경외와 숭배의 대상으로 여겨져 왔던 요괴들은 카마쿠라 막부가 성립되어 이후 에도시대에 이르기까지 약 600여년에 가까운 전란의 시대가 지속되는 과정에서 서서히 인간 세상에 위협이 되는 존재로 자리를 잡게 되었으며, 이는 ‘형태를 갖추지 않은 두려운 대상’이라는 인식과 함께 종교적인 특색과 권선징악의 논리가 함께 성립되어 이들을 달래거나 혹은 퇴치하기 위한 주술과 비법, 혹은 제사의식 등이 발전하게 되었고, 이는 곧 수 많은 설화와 괴담을 생산하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이후 260여년간 평화가 지속된 에도시대에 이르러 서민층을 위한 문학과 예술형태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토쿠가와 막부가 지방세력들을 견제하기 위하여 서민들의 잦은 이동을 금지하면서 수 많은 설화들과 괴담은 ‘지방색’을 갖춘 스토리로 변화하기 시작하였고, 인쇄술의 발달로 인한 출판기술의 발전과 서민들을 위한 오락 형태의 예술문화가 발전하기 시작하면서 요괴들은 점차 “그저 무서운 이야기”에서 “형체를 갖춘 존재”로 인식되기 시작한다. 
 
또한 과학이 발전하고 학문이 발달하면서 사람들의 상식과 기초적인 지식 수준이 상승하게 되면서 그 이전까지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요괴들의 모습과 이야기가 점차 사람들의 오락거리로 정착하면서 특히 에도시대의 여러 예술 작품들에 등장하게 되지만, 메이지 유신 이후 본격적으로 서양문물을 받아드리는 개화기에 이르러서는 ‘흉물스러운 과거의 유물’로 인식되면서 사람들 사이에서 빠른 속도로 잊혀져 가게 된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일본은 이 시기에 서양으로부터 고고학 등 과학적인 학문을 받아드린 학자들에 의하여 요괴에 관한 설화를 학문의 일환으로 수집하고 정리하게 되고, 전후 고도성장기에 접어든 1960년대에 들어 아동문학의 한 장르로 재탄생하게 되면서 만화와 소설, 애니메이션 등의 장르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게 된다. 


특히, 1960년부터 1964년까지 연재된 ‘故 미즈키 시게루(水木 しげる, 1922년 3월8일~2015년 11월30일)’의 만화 작품인 ‘게게게의 귀타로(ゲゲゲの鬼太郎)’나, 1967년에 일본의 SF작가이자 ‘울트라맨 시리즈’의 탄생에 결정적인 활약을 한 ‘故 오오토모 쇼우지(大伴 昌司, 1936년2월3일~1973년1월27일)가 발표한 ‘도해괴수도감(図解怪獣図鑑)’, 그리고 1968년에 방영되었던 TV 애니메이션, ‘요괴인간 뱀(妖怪人間ベム) 등이 대히트를 기록하면서 요괴들이 등장하는 작품들의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하게 된다. 


이후 약 40여년에 걸쳐 일본은 꾸준히 ‘요괴’를 테마로 한 다양한 창작물들을 세상에 내보냈다. 만화, 애니메이션, 영화, 소설, 연극, TV 드라마에 게임까지. 개중에는 전통적인 ‘요상하고도 괴기한’ 캐릭터로 등장하기도 하고, 혹은 판타지와 사이버펑크를 섞은 듯한 근미래적 세계관을 가진 작품에서 주인공의 소환수, 혹은 악당 역할로 등장하기도 했다.

넓은 의미에서 보자면 ‘포켓몬스터’도 요괴 설화에서 그 모티브를 따온 시리즈라 일컬어도 무방하며, ‘요괴워치’ 시리즈처럼 요괴 설화에 추리소설 같은 장치를 마련한 시리즈도 등장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작품들에서 ‘요괴’의 위치는 여전히 ‘어딘가 꺼림칙하고 두려운 존재’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며, 대부분 인간과 본질적으로 어울리기 힘든 존재로 묘사하는 경우가 많았다. 


반대로 ‘나츠메 우인장’은 때로는 슬픈 에피소드들도 많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정을 나누고 잘 대해주면 인간과 더불어 함께 살아가며 때로는 의지가 되고 때로는 보답을 해주는, 이전까지의 ‘요괴’들과는 다른 일면을 보여준다. 

D. 그리고 몇 가지 재미있는 사실 - ‘작중의 배경을 알면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 


a. 작중 배경이 된 곳은 작가의 출신지이자 현재도 살고 있는 쿠마모토현 히토요시시(熊本県人吉市)인데, 이 곳은 카마쿠라 막부 시대부터 메이지 유신까지 800여년 가까이 이 일대를 지배해온 ‘사가라(相良氏)’ 가문의 지배를 받아오던 곳이다. 


이 지역은 큐슈를 북동쪽에서 남서쪽으로 가로지르는 이른바 큐슈산지(九州山地)의 최남단에 위치한 시골 동네인데, 예로부터 일본의 고대 전설과 건국 신화에 얽힌 지역이나 명승지가 아직도 많이 남아있는 지역이다. 


b. 또한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신사 중에 하나로 일컬어지는 ‘아오이아소신사(青井阿蘇神社, 건립 서기 806년)’가 있는 곳이기도 하며, 쿠마모토역에서 히토요시로 가는 관광열차 중에는 큐슈 유일의 증기기관차로 편성된 열차가 운행 중인 곳이기도 하다. 


‘사가라(相良氏)’ 가문은 카마쿠라 시대 이전부터 아소산(阿蘇山)의 지신이었던 ‘타케이와타츠노미코토(健磐龍命)’와 ‘아소츠히메(阿蘇津姫)’를 숭배해왔는데, 앞서 소개한 ‘아오이아소신사’ 역시 이 두 지신을 모시고 있는 신사이다. 여담이지만, 이 지역은 일본의 고사기(古事記)와 일본서기(日本書紀)에 등장하는 쿠마소(熊襲) 정벌의 주 무대가 되는 지역이기도 하다. 그만큼 전래되어 내려오는 설화와 전설이 풍부한 곳이다. 


c. ‘미도리카와 유키(緑川 ゆき)’의 만화들은 ‘인간의 지식이나 힘으로는 파악하기 힘든 존재’들이 자주 등장하는 편이지만, 본격적으로 여러 종류의 ‘요괴’들을 등장시킨 건 ‘나츠메 우인장’이 처음이다. ‘키모노’나 ‘유카타’ 등, 일본의 전통의상이 많이 등장하게 된 것 또한 마찬가지. 

E. 총평 

개인적으로 일본 만화를 읽어보고 싶다는 분들께 추천해드리는 작품 중에 하나다. 기본 순정만화지만 일본 특유의 순정만화 답지 않게 Boy meets Girl 구도를 취하고 있지 않고 사람의 정(情)이라는 걸 느낄 수 있는 작품. 


이 만화를 읽는데 필요한 덕력지수: 18

접근성: 1

난이도: 2

특색: 5

재미 포인트: 5 

감동 포인트: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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