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눈으로 바라보는 어른의 세계
A. 기본 개요 - ‘일본 가족 만화의 대표주자’
1990년부터 2010년까지 故 ‘우스이 요시토(臼井儀人)’에 의하여 연재가 이루어진 4컷 만화 작품으로, 유치원에 다니는 한 소년의 눈을 통해 자신과 자신의 가족들, 그리고 친구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유쾌하게 다룬 만화작품이다.
어린 아이의 시선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만화로서는 ‘마루코는 아홉살(ちびまる子ちゃん)’, ‘도라에몽(とらえもん)’, ‘요츠바랑!(よつばと!)’ 등 다양한 작품들이 존재하는 일본의 만화계이지만, ‘짱구는 못 말려(일본에서는 크레용신짱)’의 경우 아이의 눈을 통해 단순히 어린 아이들의 감수성 만을 표현하지 않고 어른 세계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요소들도 풍부하였기 때문에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국민적인 인기를 끌었고, 이에 힘입어 원작 만화 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 드라마, 연극, 비디오 게임 등 다양한 장르의 미디어 믹스가 전개되었던 작품이다.
단, 연재가 막바지에 이르던 2009년에 작가가 등산 중 사망하는 바람에 연재가 중단되어버렸고, 이후 작가가 발표하지 않았던 미완성 작품들이나 미발표 원고들이 발견되어 연재 종료 후에 발표가 이루어졌다.
B. 줄거리 - ‘짱구는 못 말려!’
‘떡잎마을’에 사는 5살 신짱구(노하라 신노스케)는 5살.
살인적인 발냄새를 자랑하는 아빠와 동네 마트와 백화점의 할인상품에 목을 메고 미남에 환장하는 엄마, 어린 동생과 강아지 친구 흰둥이, 유치원 같은 반 친구인 철수와 유리, 훈이, 맹구, 그리고 수지와 함께 매일매일 평범하면서도 신나는 하루가 시작된다.
C. 중점설명 -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어른들의 세상’
‘짱구는 못 말려’는 故 ‘우스이 요시토(臼井儀人)’가 1990년부터 2000년까지 일본의 출판사인 ‘후타바사(双葉社)’의 청년 만화 잡지인 ‘만화액션(漫画アクション)’에서 연재를 하다가, 이후 2000년부터 2010년까지 전연령판 만화잡지인 ‘만화타운(まんがタウン)’으로 옮겨 연재가 진행되던 작품이었다. 과거형으로 다루는 이유는 앞서 설명한 것처럼 작가가 2009년말 등산 중에 사망하여 연재가 중단되어버렸기 때문.
당초에는 다소 성인물에 가까운 표현이나 요소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던 작품으로, 세간에서 흔히 알려진 것과 달리 아동을 위한 작품이 아니었다.
‘짱구는 못 말려’는 작가가 ‘만화액션(漫画アクション)’을 통하여 연재를 했던 작품이자 작가 본인의 만화 데뷔작이기도 했던 ‘だらくやストア物語’라는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것인데, 이 작품은 동네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방탕한 중년 사장, ‘니카이도 신노스케(二階堂信之介)’의 일대기를 다룬 작품이었다.
‘니카이도 신노스케(二階堂信之介)’의 일대기를 그려 나가는 과정에서 그의 어린 시절을 다룬 에피소드가 큰 인기를 얻었고, 이 캐릭터의 어린 시절 모습을 아예 주인공으로 삼아 방탕한 생활을 즐기는 꼬마 아이를 중심으로 한 기획안이 ‘후타바사(双葉社)’에 의해 작가에게 전달되어 탄생하게 된 만화가 바로 ‘짱구는 못 말려’이다.
당초 기획안에서 짱구는 주인공이 아니라 방탕하고 게으르며 말썽꾸러기인 아이와 그 아이가 저지르는 말썽 때문에 고생하는 한 부부의 이야기였고, 짱구 또한 주인공이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초창기의 연재 분량들은 성인만화에 가까운 형태로 진행이 이루어졌다. 연재 초기에는 짱구의 관점에서 묘사하는 에피소드보다는, 짱구의 아빠나 엄마가 겪는 ‘어른들의 사정’에 짱구가 얽혀버리면서 진퇴양난의 사건으로 발전해버리는 패턴이 주를 이루는 편이 많았다. 당연, ‘어른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만화였기 때문에 노골적으로 성적 수위가 높은 표현들도 많았고, 이 때문에 한국에서도 처음에는 ‘성인만화’로 소개가 되기도 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세간에서 벌어지는 사건이라던가, 혹은 세계 정서를 풍자한 에피소드들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대표적으로 베를린 장벽 붕괴로 인한 동서화합 및 냉전시대의 종결이라던가, 혹은 천안문 광장 사건이라던가, 아니면 오움 진리교에 의한 도쿄 지하철 사린 가스 살포 사건 등을 코믹하게 다루기도 하고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말썽꾸러기 아이로 인해 고통받는 한 부부의 이야기로 출발한 이 만화는 출판사의 사정에 의해 연재 잡지를 옮기는 과정에서 성적 요소들과 수위가 높은 요소들이 탈색되기 시작했고, 특히 장난끼 넘치고 상상력이 풍부하고 온갖 말썽을 일으키지만 그래도 천진난만하고 때로는 웃음과 눈물을 선사해주는 장난꾸러기 아들 ‘짱구’가 독자들 사이에서 좋은 반응을 불러일으키며 결과적으로 이 만화의 ‘주인공’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고, 작품의 방향성 또한 변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연재하던 잡지가 성인잡지에서 전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잡지로 변경되면서 수위가 높은 표현들이 많이 줄어들고, 짱구와 짱구의 유치원 친구들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세상이라는 형태로 작품의 방향성이 변경된 이후에도 세상을 비판하는 스탠스는 변하지 않았는데, 유명 인사들의 스캔들이나 정치인들의 부패로 인한 사건이라던가, 연재 기간 동안에 일본에서 벌어진 각종 사건들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요소들이 상당히 많기 때문에, 버블경제가 무너진 직후부터 최근까지의 일본의 사회적인 이슈나 연예계, 정계의 이슈 등에 민감하거나, 혹은 관심이 있으신 분들에게는 특별히 더 추천해드리고 싶은 작품이기도 하다.
D. 그리고 몇 가지 재미있는 사실 - ‘원작 만화보다 애니메이션이 더 잘 팔린 작품. 그리고…’
a. 장기간에 걸쳐 연재가 이루어진 작품이지만 국내 뿐만 아니라 일본 현지에서도 애니메이션 시리즈가 원작 만화에 비해 압도적인 인기를 얻었다. 애니메이션의 경우에만 한정하자면, 2017년을 기준으로 방영 25주년을 맞아 일본에서 방영되고 있는 TV 애니메이션 중 다섯번 째로 오랜 기간동안 방영된 애니메이션 작품이라는 기록을 달성했다.
b. 원작만화와 달리 애니메이션은 철저하게 아동용 작품으로 제작되었다. 단, 일본에 비해 윤리적으로 보수적 성향을 지닌 한국의 시청자들에게는 아이들이 시청하기에 적절하지 못한 콘텐츠들이 포함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c. 만화 중간중간에 작가 본인이 출연하는 빈도가 꽤 높은 작품이다.
d.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기반으로 제작된 게임 타이틀이 무지막지하게 많은 작품이다. PC와 콘솔, 그리고 모바일 플랫폼을 통틀어 총 33개의 게임이 제작되었다. 이 정도의 파생 콘텐츠가 탄생한 만화 작품은 일본에서도 드문 편. 게임 외에도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 목적의 콘텐츠가 담긴 사이트도 운영이 된 바 있다.
e. 파생상품은 게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음료수나 과자, 사탕류의 식료품도 다양하게 출시된 바 있다. 작중에서 짱구가 가장 좋아하는 과자인 ‘초코비’의 경우, 작중에만 등장하는 허구의 과자에 불과했지만, 작품의 인기에 힘입어 일본 롯데에 의하여 실제로 출시가 이루어졌고 국내에서도 정식으로 수입되어 판매되고 있다. ‘짱구는 못 말려’를 읽으시면서 ‘초코비’를 함께 곁들여 먹는 것도 재미있을 듯 하다.
f. 작중에서 짱구가 상상하면서 만들어낸 캐릭터들이나 혹은 짱구가 좋아하는 만화, 프라모델, 애니메이션 등에 등장하는 캐릭터들과 내용을 담아 연재한 스핀오프 작품들도 존재한다. 또한 짱구의 아버지가 직장을 다니면서 매일 사 먹는 점심식사를 테마로 한 스핀오프 작품도 존재한다. 후자의 경우 모 유명 만화/드라마를 패러디한 것.
E. 총평
고도성장기에서 버블기를 지나 소위 '잃어버린 20년'이라 불리는 디플레이션 시대의 시대상을 잘 그려낸 만화이기도 하고 일본의 서민 가정의 생활상을 잘 그려낸 만화이기도 하다. 일본 사회에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에대한 풍자도 가득하다. 단, 원작만화에 비해 애니메이션의 경우 그러한 특색이 돋보이지 않고 아동용 애니메이션으로 전락한 부분이 없지 않아 애니메이션을 먼저 접한 후 원작을 접한 분들은 위화감을 느끼실 수도 있다. 특히 초반부의 경우 성인만화로 출발한 덕에 지극히 가부장적 + 일본 특유의 여성 비하 + 꼬인 성관념이 여과없이 드러나는 부분도 많아 읽기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이 만화를 읽는데 필요한 덕력지수: 20
접근성: 2
난이도: 3
특색: 6
재미 포인트: 5
감동 포인트: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