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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심쟁오리 Aug 25. 2023

우리들의 '불행배틀'

자기 연민 아니고요 힘듦의 역치입니다

최근에 친구들과 해질넠 바다를 배경 삼아 술 한잔 기울이던 밤이 있었다.

술도 한 잔씩 하니 사회초년생인 우리는 서로의 회사 생활 안부를 물었고, 다들 대답대신 달게만 느껴지는 술을 들이켜는 게 더 자연스웠다.


대화주제가 여름휴가, 회사 생활, 상사, 새로 들어온 신입 등등으로 이어지다가

어느 한 사람이 터뜨린 내가 지금껏 살면서 제일 힘들었던 일로 (어쩌다?) 옮겨지게 되었다.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술자리 최고의 주제!)


그러다 시작된 '불행배틀'

각자 정말 살면서 최악이다 싶은 순간들을 얼사 덜사 술기운에 하나 둘 털어놓았다.

자기 연민이 어느 정도 있는 편이고, 그런 연민에 취해있는 스스로를 동경하는 인프피 종특인 나도 빠질 수 없었다.


듣다 보니 문득 각자 힘듦의 최고치를 찍던 삶의 기억이 정말 제각각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들의 암흑기와 과거 나의 암흑기와 비교해서 비교적 지금 겪는 힘듦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뜻밖의' 위로를 얻게 되었다.


그런데 정말 이게 중요한 것 같다.

인생의 밑바닥을 찍었던 기억이 정말 최악일수록

그게 기준이 돼서 비교적 살면서 이래저래 밀려드는 힘듦에 그다지 흔들리지 않게 된 것이다.


불행의 최고치, 가장 인생에서 바닥을 찍었던 순간

그 폭이 깊으면 깊을수록

"그때에 비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지"

가 가능한 것이다.


힘듦의 역치라고 하면 거창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그런 일을 살면서 한 번이라도 겪어본 이는 비교적 일상 속 힘듦도 견뎌내게 되는 것 같다.


물론 그 고통을 다시는 겪고 싶지 않고

돌아가고 싶지 않은 순간이지만

그 기억이 현재를 나를 그리고 우리들을 살아가게 한다는 게

꼭 정말 힘들었던 게 나쁜 것만은 아니구나 싶었다.


일종의 정신 승리 일지도 모르지만

힘듦의 역치를 찍어본 자는 그 깊이가 은 사람하고는 삶을 대하는 태도 자체가 다르다.

흔히 모두들 숭상하는 멘탈이 강한 자는 그만큼의 어둠을 겪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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