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가벼움'이야말로 자유로울 수 있는 이유
자유를 위한 작은 용기
다니던 회사와 일을 정리하고 새로운 환경으로 옮겨야 하나 고민이 많이 드는 요즘
자꾸만 명치끝이 턱턱 막히고 생각이 아득해지는 기분에 의식적으로 일상 중간중간 쉬어가려 했다.
이 길이 아니면 안 될 것 같고
나는 이걸 포기하면 또 낙오된 것 같고
이런저런 부정적인 생각들이 몰려올 땐,
역시나 가벼운 존재감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숨을 쉬게 한다.
공지영 작가의 '딸에게 주는 레시피' 열세 번째 굴무침 에피소드에 나오는,
"많이 쓰지 않는 삶을 산다면 많이 벌지 않아도 되지 않는가?"에 대한 답을 찾아 지리산에 내려간 사람들의 이야기.
자신이 먹을 것만 농사짓고 사는 버들치 시인, 노숙자와 일반인 아슬아슬한 사이에서 각종 알바와 필요하다면 주변이들에게 얻어먹는 최도사 등.
노동을 적게 하는 대신 (일상의 불편도 감수하고) 먹을 것 입을 것에 기꺼이 제한을 두는 이들을 보면서
내 과잉된 삶과 생각들을 되돌아보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나와는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데에, 그런 삶의 방식이 있다는 데에 한결 숨이 쉬어진다.
우리가 <나는 자연인이다> 같은 프로그램을 보면 느끼는 약간의 카타르시스도 다 비슷한 것 아닐까?
적게 일하고 적게 버는 삶.
자유로우나 약간은 불편한 삶.
그들에 비추어 봤을 때 나도 가진 것 중에 (다행히) 특별히 큰 값이 나가는 것은 없다.
(옷부터 가전제품에 이르는 물질적인 것에서부터, 집, 차, 자녀의 유무, 직위, 대출 등등)
그래서 나는 언제든 이 삶을 정리하고 어디든 떠날 수 있다.
"존재의 가벼움"을 지키는 것이야 말로 내가 원하는 자유를 누릴 수 있게 한다.
반드시 기를 쓰고 지켜야만 하는 무언가가 없는 지금이 나를 자유롭게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런 생각과 함께라면
하루치의 피곤과 긴장이 가끔 쉴 곳을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