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 층간소음 백작 -6-

층간소음 복수에 관한 소설

by 위키별출신
왜 만나고 싶진 않은데?
환상이 깨지면 살아갈 수 없으니까. 그만큼 열렬히 좋아했던 것 같아. 내게 중요하지 않았다면 환상이야 깨져도 되니까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어였을 것 같아.
흠. 그만큼 겁이 많은 걸까? 문어발식으로 이것 저것 다 해 보는 사람들하고 비교되네. 캐나다의 한 사진작가는 사진만 찍다 못해 노래도 만들고, 성우도 하고, 프로듀서에 사회운동까지 하더라구.
아, 나 그거 누군지 알아. Reckless 부른 사람이지. 꽤나 구닥다리인데.
오래된 게 좋아. 이미 지나가버렸다는 점에서. 만약 내가 그 사람과 같은 세대였다면 별로 좋아하지 않았을지도 몰라. 지나가버린 영광,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인생의 정점, 그런 것에 끌린달까.
샤덴 프로이데(남의 불행을 보았을 때 기쁨을 느끼는 심리)네.
시간 여행자라고 해줘. 그냥 그 시대로 타임워프하듯 푹 빠졌다가 다시 돌아오는 게 좋은 거지.
그만큼 현대에 안정적으로 정착했다는 말 같은 걸.
그럴 리가. 내 수입을 봐. 안정적으로 정착했다면 이런 걸 안하고 인플루언서나 금융 관계자가 되었겠지.
뭔가 창작하는 계열은 다 그런 거 같기도 해. 기본적으로 사회부적응자들이지.
맞아. 사실 아파트를 마련하는 것도 그다지 내키진 않아. 전국적으로 방랑하는 게 체질에 맞으니까.
계약서 쓰기 전에 말 하지. 이제 이자의 노예라서 쉽게 도망치실 수 없습니다.


농담처럼 말했지만 사실 그러했다. 매달 어김없이 계좌에서 빠져나가는 돈이 상당했으므로, 둘 다 한동안은 일에 파묻혀 살아야 할 것이었다.


유년에 우울한 기억밖에 없는 광민에게 따스한 추억을 안겨주고 싶었다. 최대한 많은 따뜻한 기억을. 그래서 이 아파트를 선택했다. 둘 다 아파트에 살아본 경험은 없었고, 이 아파트는 경기도 외곽과 한없이 가까웠지만 산 바로 밑에 있어서 공기가 맑았다. 근처에는 오래된 절이 있을 정도로 산을 깊게 파서 만든 집이었다. 집을 보러 갔을 때 중개사가 이 아파트는 노부부가 요양하러도 많이 와요. 조용하잖아요. 그리고 그 말대로였다. 계곡도 가까웠고 도심에서 그리 멀지도 않으면서 지방에 여행온 듯한 고요한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한동안 달라지지 않았다. 커다란 몬스테라 화분을 놓은 거실의 4인용 탁자에서 둘이 함께 일하기도 하고, 볼 조명을 사방에 걸고 캠핑 온 기분을 내기도 했다. 같이 요리도 하고 집에서 도란도란 많은 얘기를 하고, 함께 포개져 영화를 봤다. 광민은 사진작가라 지방에 출장갈 일이 많았는데, 보통 당일 지방 출장이었다. 부산으로, 목포로, 해남 땅끝마을로 오전에 출발해서 네 시간을 운전하고 사진찍고, 쉬지도 못한 채 집으로 돌아오면 아홉 시 아니면 열 시였다. 그게 매일 매일이었다. 그러니 그는 열 시부터 새벽 네 시까지는 그래도 자야했다. 그게 타협하기 어려운 최소한의 조건이었다. 지방으로 가야 하는 일이 잡힌 게 아니면 그래도 오전 8, 9시까지는 잘 수 있었다. 일이 없는 날은 그전의 피로를 한 번에 몰아 회복하겠다는 의지인지 점심까지 잤다. 그는 체력이 강한 편은 아니고 호리호리한 체형이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피로를 완복하기 어려운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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