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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연 Jul 22. 2019

영화 <알라딘>, 고전 동화에 반영된 변화하는 시대상.

끝내주는 실사화, 고전의 완벽한 현대적 해석.





끝내주는 실사화, 고전의 완벽한 현대적 해석.





0. 관습적 억압에 맞서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지으려 하는 주체적인 공주. 공갈빵처럼 속을 부풀린 커다란 드레스를 입지 않고, 활동성이 좋은 바지를 랩스커트에 겹쳐 입는 공주. 첫눈에 반한 남자에게 만남부터 연애까지 존댓말을 하지 않고, 동등한 위치에서 반말로 대화하는 여성 캐릭터. 가무잡잡한 피부의 공주를 보필하는 시종의 피부색은 밝은 살구색이라는, 기존 고정관념의 작은 전복. 많은 면에서 시대의 변화와 흐름을 반영한 작품이었다.



0. 특히 자스민을 단순히 사랑에 빠진 공주가 아닌, 자신이 타고난 운명과 처한 위치를 적확하게 파악하고 그에 따른 결심을 행동에 옮길 줄 아는 진취적인 여성상으로 표현한 면이 인상적이었다. 온실 속의 화초와 한 국가를 책임지고 다스리는 술탄 사이에서, 자스민은 너무도 당연한 태도로 자신의 선택을 주장한다. 자신의 지위를 옭아매는 속박을 두고 더 이상 침묵하지 않겠다는, 원하고 해야 하는 바와 그것들을 억압하는 방해물에 분명히 선을 긋는 그녀의 외침은 한 편의 시와 같았다.



0. 다만 자스민에게도 과연 자신의 다짐이 옳은 길인지 스스로의 선택을 고민하는 순간은 있었다. 자스민은 별이 빛나는 밤, 알라딘과 함께 마법 양탄자를 타고 자신의 아름다운 왕국을 내려다보며 일종의 경외심에 젖는다. 그 낭만적인 순간 그녀는 마냥 분위기에 취해있기보다 현실을 돌아본다. 그리고 자신이 술탄이 되어 이 왕국과 백성을 부강하고 풍요롭게 다스리고자 하는 다짐이 혹 섣부른 패기는 아닐까 걱정하며 알라딘에게 근심을 토로한다. 그런 그녀를 향해 알라딘은 말한다. 당신이 그렇게 생각하고 믿는게 중요하지, 내 생각이 왜 중요하냐고. 자스민의 주체적인 선택을 존중하고 지지하는 알라딘과의 대화까지 완벽한 장면이었다.



0. 전세계 어린이들에게 읽히고 보여지는 동화의 많은 판권을 가지고 있는 디즈니가 이렇게 고전을 먼지 쌓인 서랍에 묻어두지 않고, 실사화하며 이야기의 결을 다듬는 작업을 하는 일에는 꽤 큰 의미가 있다. 다양한 매체가 범람하는 시대가 되었어도, 아직까지도 아이들은 동화를 보며 자라고, 동화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인물 간의 관계성으로 사회상을 학습하게 된다. 아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공주놀이와 왕자놀이를 구분 짓고, 소꿉놀이에서도 남아는 '나 왔어' 하며 회사에서 일하고 돌아온 아빠를 흉내 내고 여아는 그런 아빠 역할의 남아에게 '여보 잘 다녀오셨어요'라며 밥을 차려주는 놀이를 하는 것에 이러한 학습이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는 못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성역할 인식에 있어 변화하고 있는 시대상을 동화에 반영하는 일은 미래세대의 인식 확장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다.



0. 요즘 크는 아이들이 이와 같은 작품을 많이들 보고 자랐으면 좋겠다. 여자는 조신해야 하고, 구불구불한 머리칼을 길게 늘어뜨리고 화장을 하며, 실루엣이 아름다운 드레스와 스커트를 입어야 한다는 구시대적 관념들에서 벗어나, 성역할의 자유로움 속에서 살기를 바란다. 네가 여자라서 혹은 여자가 아니라서 무엇을 해야 하고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네가 하고 싶다면 그 생각만으로도 할 수 있고 설사 실패해도 괜찮아 다시 하면 돼, 라는 열린 마인드 속에서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2019년의 <알라딘>, 이런 작품들이 그 아이들에게 더 많은, 한계 없는 삶의 가능성을 심어줄 수 있기를 소망한다.



0. Yes, Girls can do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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