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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연 Jan 26. 2020

연극 <구름 한 가운데>, 나는 인류의 마지막 생존자다

우리 모두는 그 자체로 인류의 마지막 생존자다.









연극 <구름 한 가운데>
작/ 아미르 레자 쿠헤스타니
번역 연출/ 손원정
출연/ 전박찬 김은정 임호영
서강대학교 메리홀 2020. 1. 10. ~ 19.





0. "나는 인류의 마지막 생존자다." 우리 모두는 그 자체로 인류의 마지막 생존자다. 모든 존재는 그 자신이 인류의 한 축이며, 지금의 생이 마지막 생존이다. 그 자신의 생이 마감되면 그것으로 그의 세상은 끝이다. 더 이상 존재하는 것은 없다. 그리하여 모든 존재는 인류의 마지막 생존자로서 어떻게든 살아내야만 하는 욕망과 치열함을 태생부터 부여받는다. <구름 한 가운데>는 그 끈질긴 삶의 여정에 대한 서사다. 존재와 생존을 향한 열망은 어떠한 방식으로든 실현되기 마련임을 이야기한다. 존재의 존엄을 향한 여정이지만 존엄이 버려진 모순된 방식이라 해도.




0. 무대는 매우 단출했다. 소품이랄 것도 몇 가지 있지 않았다. 그리하여 좁지만 광활한 무대의 두 면을 둘러싼 객석은 코앞이었다. 관객의 집요한 시선 속으로 배우들이 등장했고, 그들의 몸짓과 말과 표정은 낱낱이 드러났다. 막이 올라간 무대는 숨고 싶어도 숨을 곳이 없었다. 배우들은 무대 위에 홀로 던져진 그 고립감을 어떻게 견뎌내는 걸까 생각했다. 그 마음이 알고 싶었다.




0. 극단 「코끼리만보」의 작품으로, 프로그램북에는 극단이 지향하는 지점과 예술로써 닿고자 하는 목적지에 대한 바가 쓰여 있었다. '극장은 총체적 삶이 다시 일어나는 시공간이 되어야 합니다'라는 문장을 한 번 읽고, 다시 읽고, 또 분절해 가며 읽었다. '총체적'과, '다시'와, '시공간'에서 잇새를 꾹 다물면서. 우리는 이 시공간에서, 다시, 총체적으로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 삶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벗겨내어 때로는 어루만지고, 때로는 물어뜯는 이 극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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