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나도 모르는 내 이야기>의 독립출판을 위해, 동명의 매거진과 브런치북에 실었던 글들은 현재 내려진 상태입니다.
떠돌던 문장들이 지면에 새겨져 책의 형태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작정만 하던 그 일이 목전인데, 막상 최종 단계에 가까워질수록 생각과 고민만 늘어나서 PDF만 멍하니 넘겨 보는 시간만 느는 것 같습니다. 원고를 제본할 만큼의 분량을 추려내는 일이 가장 어려울 것 같았지만 웬걸, 레이아웃을 짜고 디자인을 하고 판형과 종이를 결정하고 판로를 고민하는 단계가 되니 원고 쓰기가 제일 쉬웠다는 생각이 듭니다.
1차 가인쇄 본이 나왔고, 수정을 거쳐 2차 가인쇄를 뽑아 본 뒤 이후의 일정이 결정될 예정입니다. 적어도 이달 말이면 일정의 윤곽이 나오리라 생각합니다.
귀동냥으로 이 말 저 말 구해가며 단계를 밟아나가고 있지만, 사실 아직은 하나도 모르겠습니다. '이 비좁은 세상에 내 책 한 권을 보태는 일의 가치'에 얼마만큼의 무게추를 놓을 수 있을지 스스로 답을 내리지 못한 상태에서는 작은 문제 하나도 너무 크게 느껴지기만 합니다. 책을 한 번 엮는다고 해서 명료한 답이 나올 일이 아니란 걸 알기에, 일단은 차근차근 나아가면 된다고 마음을 다스리고 있지만 역시 쉽지는 않습니다.
아무튼 이제 일은 돌이킬 수 없게 되었습니다. 한 번의 삶을 살면서 내 책 한 권 엮어보자고 시작한 일이 조금 크게 되어버린 것 같지만, 산다는 건 원래 한 치 앞도 모를 일의 연속일 테니까요. 읽히는 기쁨보다, 읽히는 두려움이 큰 사람이지만 모쪼록 이 큰일들을 이겨내 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