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와 액션과 하드코어의 경계를 넘나들다
영화 <건즈 아킴보 Guns Akimbo> (2020)
감독 제이슨 레이 하우덴
출연 다니엘 래드플리프, 사마라 위빙 외
개봉 2020. 04. 15.
실제 목숨을 걸고 싸우는 오프라인 '현피'인, 온라인 관람 게임 '스키즘'이 배경이다. 스키즘은, 전투적 자의식이 치사량으로 과잉된 이들이 등판해 각자의 방식으로 상대를 죽이고 살아남아야 하는 게임이다.
그 판에 주인공 마일즈가 초대된다. 한 번의 지질한 실수(?)로 게임에 강제 초대된 마일즈는 싸움의 ㅆ, 아니, ㅅ하고도 거리가 먼 어리바리한 치다. 멀쩡했던 양손에 총이 박힌 채, 그것도 한정된 탄환으로 게임에 내던져진 그가 얼마나 지질한 수순을 거쳐 이 난관을 헤쳐나가는지, 혀를 끌끌 차며 지켜보는 맛이 있다.
마일즈보다 매력적인 캐릭터는 닉스다. 게임의 탑이었던 그녀는 마일즈와 엮이면서, 지금껏 전개해왔던 판들의 양상과는 전혀 다른 게임에 던져진다.
그 와중에 꽃피는 그녀의 거침없는 액션. 거기에 더해진 괴이한 위트까지, 세상에 무서운 것이라곤 '제정신'밖에 없는 살짝 돌아버린 닉스는 최고다. 하트 모양 선글라스에 기관총을 들고 나타난 그녀가 얼마나 기쁜 얼굴로 이 게임을 즐기는 지를 꼭 봐야 한다. 아아. 그 행복한 얼굴이라니. 할리퀸과 닉스를 듀엣으로 매드맥스 세계관에 던져놓으면 얼마나 끝내주는 그림이 탄생할까, 괜히 생각만 해봤는데 진심으로 설렌다.
영화는 유머와 액션과 하드코어의 경계를 무리없이 넘나든다. 타격감보다는 재미에 적신 스릴이 위주다. 살짝 애매하긴 하지만 <하드코어 헨리>가 겹쳐지기도 한다.
잔인성은 척도를 매기기 쉽지 않은데, 뭐랄까 보통 청불 영화를 보고 잔인성을 평하는 머글의 기준으로 본다면 충분히 잔인할 것 같다. 하지만 '청불이 왜 청불인데. 더 열심히(?) 잔인하지 못하겠어?'라고 채근하는 부류의 입장에서 보면 간을 맞추다 만 김치를 먹는 것처럼 조금 미적지근하다.
마일즈 역의 다니엘 래드클리프. 그의 필모를 보노라면 '번개 흉터' 해리와 현재 사이에 충분한 거리를 두기 위해 가능한 동떨어진 캐릭터를 소화하려 애쓰는 모양새다. 강하게 박힌 이미지를 탈피해야 한다는 아역들의 전형적 행보를 마냥 따라가는 것 같으면서도 무작정 그 틀에 갇히지는 않는 것 같아 지켜볼 만한 배우라고 생각. (쪼끔 긴 것 같긴 하지만 아무튼) 이 과도기를 지나면 분명 '번개 흉터' 외에 다른 잭팟이 터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다만, 본인이 하고자 하는 연기의 대역폭은 넓은 편이고 그걸 아주 소화하지 못하는 건 아닌데, 그 작품들이 필모그래피를 훌륭하게 받쳐줄 기둥인가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