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회는 분명 앞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세상은 아주 느리게나마 변화하고 있다. 사회는 점진적으로 나아가고 있다. 유시민 작가가 자신보다 훨씬 진보적인 딸에게 했다는, '네가 원하는 변화는 역사의 시간이 아니라 진화의 시간 속에서 가능할 것'이란 말을 마음에 새긴다.
지금 이 순간에 서있는 나는 정체감을 느끼고 있지만, 훗날 오늘을 돌아보면 분명 의미있는 걸음을 성큼 나아간 것으로 보일 것이라 믿어본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 사회에 대한 믿음 또한 하나의 자산이 될 것이기에.
독재의 심장이 스러진 것이 40년 전이고, 민주주의 시스템이 미약하게나마 가동하기 시작한 것은 30년 전이고, 본격적으로 시민이 민주주의의 밭을 일구고 씨를 뿌리기 시작한 것이 20년 전이다. 그 와중에 독재자의 딸이 대통령으로 돌아온 것은 10년도 채 되지 않은 일이다.
개인으로야 긴 시간이지만, 사회의 시간으로는 짧은 시간이었다. 그 시간 안에 우리는 이만큼 변화하고 나아갔다. 그것은 점진이지만 역동이었다. 이 다음 기회에 우리는 분명 또 한 발짝 성큼 나아갈 것이다. 그리하여 지금은 어린 내 조카들이 어른이 될 때 쯤이면, 지금보다 훨씬 나은 세상이 되어있을 것이다. 내 다음, 다음다음 세대는 조금 더 나은 사회를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오직 그 믿음으로 나아간다.
정말 좋은 세상, 공정 공평한 세상이 오는 날까지 나는 지치고 싶지 않다. '정치가 밥 먹여주는 것도 아니고 그만 해라, 유난스럽다'고 치부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글쎄. 자신이 1980년의 광주에 있었어도, 자신의 가족이 2014년의 세월호에 있었대도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살갗에 사무치는 아픔의 기억이 조롱과 폄하를 당한대도 그렇게 여길 수 있을까? 잊을만 하면 끌려나와 저열한 돌팔매질을 당한대도 눈을 질끈 감고 모른체할 수 있을까.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그리고 다수의 사람들도 그렇지 않다는 걸 안다. 우리는 그 마음으로 최선이 없으면 차선을 택하고, 최악을 물리치기 위해 이를 악물고 차악을 택하며 여기까지 왔다. 앞으로 갈길도 멀지만, 그렇게 굳은 의지로 지나온 날들도 다시 돌아가기엔 너무 멀다. 우리는 꼭 중간 지점에 서있다. 이제 나아갈수록 목적지에 가까워질 일만 남았다고 믿어 본다. 우리의 힘을 다시 믿는다.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마음 가장 깊은 곳에 가라앉아 눌러붙은 기억과 감정의 부스러기를 긁어내어, 비로소 내 이야기를 바깥에 터놓은 수필집 <나도 모르는 내 이야기>를 엮어 출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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