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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연 Apr 23. 2020

타고난 깜냥의 장르적 한계에 부딪히다






읽는 이로 하여금 살풋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따뜻하고 다정한 글을 쓰고 싶다는 소망이 있었다. 넘실대는 희망과 수없이 덧칠된 밝음으로 인해, 읽고 나면 세상과 삶이 환해 보이게끔 하는 그런 글을 쓰고 싶었다. 어떤 문단은 너무나 유쾌해서 깔깔 웃게 만들고, 어떤 구절은 귀엽고 다정해서 빙긋이 웃음 짓게 만드는 그런 글을.


그래서 아주 맑은 날, 화창한 밖이 훤히 내다보이는 창가에 앉아 비장하게 노트북을 펼치고 '오늘은 반드시 쓰고야 만다'고 작정을 해보았지만… 정말 단 한 줄도 나오지 않았다. 그런 문장은. 





타고난 깜냥의 장르적 한계는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벽인가 보다. 구사할 수 있는 장르적 영역의 구분선은 유전자에 깊이 새겨진 채로 태어나는 걸까?그렇다면 나는 영영, 불운하고 불안하며 불행한 결과로 운명적 비극의 결말에 허덕이는 개인의 역사만을 늘어놓을 수 있는 것일까.





밝고 재미있는 글을 쓰고 싶다는 소망의 실현에 닿고 싶다. 실없는 '노잼' 인생이지만, 재미의 영역에 어떻게든 가닿을 방법을 찾아 본다. 개인이 간직한 장르의 영역을 파괴하고 싶다. 행복과 행운과 기쁨과 기적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 다시 노트북을 켜고 새 노트를 시작한다. 일단 비장하게 첫 줄을 써본다. 이 편지는 영국에서 최초로 시작되어 일 년에 한 바퀴 돌면서 받는 사람에게…… 아, 글렀다. 











마음 가장 깊은 곳에 가라앉아 눌러붙은 기억과 감정의 부스러기를 긁어내어, 비로소 내 이야기를 바깥에 터놓은 수필집 <나도 모르는 내 이야기>를 엮어 출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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