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지지리 궁상'이라고들 하는, 밑바닥에서 박박 긁어낸 피폐한 서사를 사랑한다. 모든 걸 잃고 좁은 구덩이 안에서 헤매이며 벽에 기대어 울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서사를 사랑한다. 쇠약한 끝에 지쳐 쓰러지고야 마는 서사에 마음을 빼앗기고야 만다. 우리는 더 이상 가진 것이 없을 때에야 그동안 무엇이 나를 살게 했는지, 나로 하여금 무엇이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하는지 알게 된다. 손에 쥔 것을 모두 잃었을 때에야, 무엇을 붙들어야 살길에 이르는지 명확하게 드러난다. 벼랑 끝에서의 그 짙은 각성에 어찌 마음 흔들리지 않을 수 있으랴.
그리하여 나는 <산다>의 '경철'이 이 악물고 버텨내고, <태풍이 지나가고>의 '료타'가 숨죽여 웅크리고, <레바논 감정>의 '여자'는 까마득한 눈밭을 가로지르고, <와일드>의 '셰릴'은 발이 모두 부르트도록 가파른 산을 넘고, <리틀 라이프>의 '주드'가 지독한 고통을 견뎌내는 장면들을 물먹은 시선으로 바라본다. 누더기가 된 삶 속에서도 삶에 대한 가느다란 끈을 포기하지 않는 인물들에게서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읽어낸다. 그들이 시련을 딛고 마침내 어디쯤으로 가닿는지 걸음을 따라가면서 이곳, 현실의 나 또한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비로소 참척하게 된다.
마음 가장 깊은 곳에 가라앉아 눌러붙은 기억과 감정의 부스러기를 긁어내어, 비로소 내 이야기를 바깥에 터놓은 수필집 <나도 모르는 내 이야기>를 엮어 출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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