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제목과 작가의 이름을 매치할 수 없었던, 나는 일면식도 없는 독립출판 작가의 부고로 요 며칠의 인스타그램 타임라인은 먹색이었다. 책을 읽어본 적은 없지만 제목은 알고, 어느 책을 쓴 줄은 몰랐지만 작가의 이름만은 알았던 독립출판 작가였다.
많은 독립출판인들이 그를 추모했다. 나는 독립출판이라는 무른 땅에 입성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그나마도 혼자 놀곤 하는 아웃사이더인지라 같이 슬퍼할 사람도 없었더랬다. 그럼에도 나는 떠나간 이를 그리워하고 안타까워하며 추모하는 피드들을 한참 내려다보며 막연한 애틋함을 느꼈다.
몇 년 전 늦은 새벽, 귀가하던 길에 탄 택시의 라디오에서 처음 들었던 곡이 있다. 가사말이 내도록 귀에 남아서 다음날 검색창에 몇 마디를 띄엄띄엄 적어 넣어 비로소 분명히 알게 되었던 곡이다. 김광석의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이 곡의 후반부, 가사의 말미가 만들어내는 마음의 진동을 참 좋아했다. 그 자르르한 진동은 늘 마음 한편에 남아 있었다.
'여보 안녕히 잘 가시게'라는 담담한 인사. 세상 풍파를 함께 견뎌온 이를 떠나보내는 인사치고는 아주 담담했던 그 인사말. 나를 두고 왜 먼저 갔느냐- 그렇게 갔어야 했느냐 탓하기 보다, 그곳에서는 잘 지내야 한다- 힘들지 말아야 한다고 나의 바람만을 단단히 이르는 것보다, 단지 가는 길이 어렵지 않고 편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하는 담담한 인사.
일면식도 없는 작가의 부고 앞에서 그 인사가 눈앞을 가렸다. 고인이 어떤 삶을 어떤 감정으로 어떤 풍파와 어떤 기쁨 속에서 살아왔는지 나는 모른다. 다만 한 사람의 개인으로서 이 세상을 살아가는 희로애락을 영 모르는 바 아니기에, 그의 삶 한 자락을 아주 조금이나마 짐작해 볼 뿐이다. 그리하여 이미 떠난 고인의 길에 감히 한 마디 인사를 얹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