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변하고 세월이 흘러도, 인간이 경험한 슬픔만은 사라지지 않고 처음 시작된 그곳에 오롯이 남는다. 스치는 바람에 의한 풍화도 없이, 도리어 높은 언덕을 굴러내려온 눈덩이처럼 더 커지고 단단해진 채로 남는다. 우리는 그 무거운 짐을 등에 업고 품에 안은 채 나아간다. 엄중한 무게로 삶의 한 귀퉁이를 눌러오는 그 모든 슬픔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삶을 감당하기 위해 다시 일어나 걷는다. 슬픔, 그 마음의 시련이 왜 하필 나를 찾아왔는지 이해할 수 없고 받아들일 수 없더라도 끝끝내 다시 일어서고야 만다. 우리는 그러한 동력으로 창조되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