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이 푹 꺼져 발끝도 닿지 않는 깊은 심연에 거의 코만 내놓고 파묻힌 것 같은 날들이 있었다. 숨통이 트일 길을 간신히 비집고 들어와보니 다시,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생각에 닿게 된다. 인간의 '행복 회로'란 본능에 새겨진 어떤 진리와도 같은 것인가 보다.
사는 일에 대해 손바닥 뒤집듯 바꾸어 생각하게 된다. 어느 날은 길바닥에 눌어붙은 씹다 버린 껌보다도 못한 것 같다가, 또 어느 날은 그럼에도 조금 살아볼 만하다 느낀다. 그럼 몸이 가벼워진다. 조금 더 씩씩하게 한 발을 뗄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에도 빠지곤 한다. 생각이라는 건 참 신기하다. 형체도 실체도 없는 생각과 마음만으로 몸뚱이까지 더불어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걸 보면.
산다는 건 죽을 것 같고 때론 살 것 같은 감정들의 연속이라는 걸 체감하는 인생길 위에 서 있다. 그런 감정들에 휘둘리지 않을 만큼 무던한 심지를 가지고 싶다. 차라리 생각을 하지 않는 채로 살 수 있다면 어떨까 생각하기도 한다. (feat. 펭수는 생각이 없어요?)
마음 가장 깊은 곳에 가라앉아 눌러붙은 기억과 감정의 부스러기를 긁어내어, 비로소 내 이야기를 바깥에 터놓은 수필집 <나도 모르는 내 이야기>를 엮어 출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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