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쌓아 올리는 정직한 서사.
영화 <강철비 2 : 정상회담>
감독 양우석
출연 정우성, 유연석, 곽도원 외
개봉 2020. 07. 29.
스크린 안팎을 아우르는 배경은 거들 뿐, 좁은 앵글에 갇힌 세 인물이 서사를 끌어가는 작품. 정상회담을 위해 한자리에 모인 한미일 정상 세 인물. 각 국이 처한 상황과 그 관계 속에서 각 국이 취해야 하는 스탠스를 인물들의 성격과 행동에 잘 녹여냈다.
비록 미국 정상은 오버액션이 지나쳐 보일 수도, 북한 정상은 불통한 아집으로, 남한 정상은 과하게 소심해 보일지 몰라도 영화라는 장르는 명백한 사실 고증의 영역은 아니니까. 인물에게 특징을 드라마틱하게 부여함으로써 그 캐릭터가 서사의 지지대로 역할하게끔 한다는 영화의 특성을 고려하면, 빼곡한 인물의 대사와 행동들이 제법 납득할 수 있는 서사를 구축했다고 본다.
그러나. 한편으론 서사가 전진하기 위한 배경의 설정을, 인물들의 대사에만 과도하게 기대는 양상은 <블랙 머니>(2019)를 떠오르게 하면서 조금 애매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호불호가 한 끗 차이로 갈릴 것만 같은 작품.
소재 특성상 결말이 특정한 방향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그러니까, 관객 대다수가 관람 전부터 암묵적으로 결말을 인식하고 있을 이런 류의 영화는 전형성을 탈피하는 것이 손에 꼽는 과제일 테다.
그런 면에서 <강철비 2>는, 부수적인 에피소드의 개입을 최소화하며 작품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에 철저히 집중함으로써 전형성의 함정을 우직하게 비껴 나간다. 오로지 얽힌 이해관계의 물밑 협상을 수면 위로 끌어올려 돌파하는 데에만 골몰하는 정직함은 위기를 영리하게 이겨내며 영화를 완성한다.
<강철비>처럼 하나의 세계관을 공유하는 스핀오프식 가지가 뻗어 나올 수 있는 작품의 등장이 반갑다. 한국 영화계에선 요원한 줄만 알았던 시리즈물의 제작도 요 몇 년간 꽤 이루어지는 것과 함께, 잘 쌓아올린 세계관을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확대재생산할 수 있는 여지가 포착되고 실현된다는 건 참 바람직한 일이다. 작품성과는 별개로 그 시도부터 응원하고 싶은 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