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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연 Aug 19. 2020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비주얼로 현신하는 악

오직 하나의 목적을 위해 폭주하는 광기의 매력.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2020)
감독 홍원찬
출연 황정민, 이정재, 박정민 외
개봉 2020. 08. 05.






1차 리뷰는 아래 링크 :D







말도 안 되는 비주얼이 악인의 악함을 더 부각시키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안톤 시거(하비에르 바르뎀)'. 까맣고 굵은 머리칼이 곱게 커트된 단발머리를 하고 무자비하게 샷건을 쏘아대는 그의 모습은, 상황과는 부조화적인 비주얼 덕분에 '무조건적으로 폭주하는 악'의 이미지가 아이러니하게 살아났다. 비슷한 선상에서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레이'의 모습에 '안톤 시거'가 겹쳐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 아닐는지.



한껏 드레스업된 비주얼로 타격과 살상을 오가며 모든 등장인물의 배경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레이. 이전에 언급한 것처럼(링크를 클릭하면 이전 리뷰로 이동합니다) 그 과정에서 레이에겐 어떤 이유도 필요 없다. 배경이 '차오포'이든 '랑야오'이든, 작은 모텔이든 간에 레이에게는 그저 차려입고 신나게 놀다 올 파티에 지나지 않는다. 이유가 없으니 그의 광기는 맹목적이고, 덕분에 김인남이라는 목적을 파괴하기 위해 폭주하는 그의 액션은 철저히 '사연 팔이'를 배제하기 때문에 깔끔하다.



그렇다고 그의 맹목적인 추격이 마냥 저돌적이기만 하냐, 하면 그건 또 아니다. 백정으로 자란 레이. 그리하여 살상하는 방식은 철저히 축생계에 머무르나, 쫓는 방식은 무식해 보이면서도 나름 계산적으로 인간계에 발을 담근 모양새다. 어디에서 누구를 어떻게 털어야 인남에게 닿을 수 있을지 정확히 파악하고, 같은 목표물을 노리는 방해꾼들을 언제 어떻게 기만하고 제압해야 하는지도 그는 알고 있다. 그는 그런 방식으로 퀘스트의 단계를 착실히 밟아 마침내 최종 목표물에 닿는다.



그 모든 상황을 만들기 위해 심지어 '랑야오'에서는 시가전을 방불케 하는 총격전으로 판을 벌여 오히려 인남을 엄호하는 꼴이 되기도 하지만, 그마저도 철저히 레이답다. 목표물의 숨을 끊는 자는 반드시 자신이어야 하기 때문에 경찰이 되었든, 범죄조직의 끄나풀들이 되었든 여지를 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건, 다른 놈의 손에 인남이 죽는 꼴을 도저히 볼 수 없는 편집증상의 발현으로, 어째서 레이가 미친 사람처럼 추격을 해야만 하는가에 대한 타당을 부여한다.






액션은 볼 만하지만 서사가 약하다는 평에 대해서는 글쎄, 생각해 보고 싶은 지점이 많다. 지금의 서사에 더 양념을 치고 약을 쳤다간 그야말로 모든 등장인물과 사건이 산으로 가면서 결국 "에이 액션만 남았네" 하는 반응이 될 것. 빈틈없이 서사를 꽂기 위해 레이와 영주와 유이의 사연을 구구절절 읊었다간 빛바랜 액션 영화가 되었을 것이다.


전사는 최소한으로, 인물의 스타일링에서 성격을 드러내고, 신파는 최소한으로 쥐어짠 덕분에- 더불어 촬영 조명 무술의 '열일'로 편집과 앵글만으로는 담보될 수 없는 타격감이 실현되며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전체적인 톤 조절에 성공했다.






* 정말이지, 더블배럴 샷건을 장전하고 방아쇠를 당기는 레이의 비주얼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더불어 인남의 트리플 헤드샷을 보는 순간, 이 영화가 작정한 액션에 두 눈을 저당잡히고픈 욕구가 솟아나고야 만다. (인남쓰 당신의 동체 시력은 대체ㅠㅠ)



** 신파와 뒷골목 깡패만 살아남을 것 같았던 한국 영화. 자칫 클리셰 덩어리의 계보만 이어질 것 같았던 그 판에서도 피어나는 몇몇 작품들의 노력으로 전체적인 분위기가 환기되곤 한다는 걸 느낀다. 특히 액션의 전환점에 있어서라면, 개인적으로 <용의자>(2013)의 타격 액션, <아수라>(2016)의 카 액션,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2020)의 총격 액션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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