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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연 Sep 24. 2020

나의 책은 그렇게 이 세상을 헤치고 나아가고 있다

쓰는 사람의 일과 파는 사람의 일.






책과 관련한 피드는 출간 초반을 제외하고는, 잘 올리지 않으려고 했다. 피드나 해시태그 등을 통한 홍보는 한계가 있고, 피드를 올려도 동어반복에 그칠 뿐이므로 올리는 이와 읽는 이 모두에게 소모전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또 다른 이유로는, 혹시나 내 책이 안 팔리는 책방의 대표님이 피드를 보신다면 '아 저 악성 재고… (절레절레)'하는 생각이 드실까 민망하기도, 죄송스럽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입고를 보낼 때마다 동봉했던 메모와 인스타그램 피드에 '어려운 시기에 책을 위탁하게 되어 죄송스럽고 감사하다'라는 말을 덧붙이곤 했다.






그 와중에 전화를 한 통 받았다. 부산의 독립서점, '주책공사' 대표님이셨고 재입고를 요청하셨다. 역시나 내 입에선 '그 멘트'가 먼저 나왔다. 죄송하고 송구스러우며 감사하다는 말. 그러자 대표님은 너무나 시원시원하게 응답하셨다.


'아닙니다. 덕분에 먹고사는 겁니다.' 호쾌한 말씀에, 나는 누군가에게 물어보고 싶었지만 관련해서는 물을 이도 없었기에 담아두고만 있었던 질문을 드렸다. 그랬더니 돌아오는 우문현답.


'쓰는 사람에게는 쓰는 역할이 있고, 파는 사람에게는 파는 역할이 있다. 각자의 역할을 지켜나가면 되는 것이지, 그 일에 대해 지나치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독립출판이라는 건 단기간 내에 무엇이 되고 안 되고가 결판 지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래 두고 보아야 한다. 그러니 편하게 생각하시라. 그리고 계속 쓰시라.'


결국 또 위로를 받는다. 책을 처음 찍었을 때, 2쇄를 했을 때 모두 어지러운 고민이 있었지만 그것들은 이제 모두 사라지거나 흐려졌다. 부산에서 걸려온 뜻밖의 전화로, 지금 가진 고민들도 그렇게 될 것이다.


조금 씩씩해진 마음으로 부산에 부칠 책을 포장한다. 혹시나 해서 차에 싣고 다녔던 두 권까지 더해서, 재고를 털었다. 내 이야기가 또 여행을 떠난다.







나의 소심함이, 책방 대표님들의 너른 마음이 어찌 되었든 간에. 독립출판물은 정말이지 알면 알수록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지?' 싶게 기발하고 신기하고 특별한 책이 많은데, 그 책들 틈에서 내 책을 한두 권이라도 팔 수 있다는 건 더없이 마음 벅찬 일이다.


세상 끝에 몰렸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써낸 책은 그렇게 이 세상을 헤치고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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