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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연 Jan 05. 2021

팬데믹 시대에 부쳐

다시 돌아갈 수 있는 시절이 있을까 어렴풋한 기대를 건다






팬데믹 시대에 새해를 맞으며 느끼는 진한 향수가 있다면, 그건 스탠딩 콘서트에 대한 그리움이다.




콘서트 공지가 뜨면 스케줄러에 티켓팅 날짜를 기록해 놓고, 십 분 전부터 네이비즘 초 시계를 띄우고 기다리다가 앞 구역의 앞 번호를 간신히 잡아내고 기뻐했던 기억.

티켓을 받으면 <은전 한 닢>의 거지처럼 공연 당일까지 아침저녁으로 문안인사를 드리며, 내 '쩌는 입장 번호'의 '쩔음'을 만끽하고. 당일이 되면 운동화 끈 조여매고 생수 하나 들고 펜스 잡으려고 다다다 뛰던 그때. 바깥은 영하의 날씨인데 후텁한 실내에선 반팔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이 어깨를 부딪히고 뛰면서 함성을 지르고 노래를 부르고.




스탠딩에 대한 가장 진한 기억은, 2013년의 안산 락페다. Fun.이 'WE ARE YOUNG'을 부르는 가운데 한여름의 비가 쏟아졌고, 진흙밭이 된 그라운드에서 운동화고 옷이고 다 엉망이 되는 줄도 모르고 비 맞으며 뛰었던. 그 축축한 그라운드의 떼창을 어떻게 잊을까?

2019년의 생일에는 Inger Marie의 내한 공연에 갔고, 12월 마지막 날에는 가을방학 콘서트엘 갔었다. 꿈 같은 십이 월이었다.




그런 시절이 다시 올 수 있을까 어렴풋한 기대를 걸어 보지만, 이제 코로나19 이전의 세상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고 한다.

휴대전화가 대중적이지 않던 시절 전화를 걸기 위해 공중전화 부스 앞에 길게 줄을 섰던 일이 이젠 고릿적 이야기가 되어버린 것처럼, 스탠딩 콘서트도 그렇게 되어 버릴까? 오직 밴드와 곡에 대한 애정으로 모인 사람들이 빽빽하게 들어찬 펜스 안에서 목이 터져라 곡을 따라부르고 뛰었던 건 이제 '없는 시대'의 전설로 남는 걸까.




작년 3월에는 그린데이의 내한 공연이 예정되어 있었다. 팬데믹이 몰아치면서 투어는 취소되었고, 나의 입장번호 71번 또한 장렬하게 날아갔더랬다.

그때만 해도, 여름이면 이 기세가 사그라들고 기적적으로 일정이 조정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 시월 즈음에 그린데이가 한국에 오고, 'Wake me up when september ends'를 떼창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때만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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