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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byss Dec 06. 2023

동그랗고 어린 마음을 따라

2023, 겨울 - 북서울꿈의숲 어린이작가전시회




  시작은 이랬다. 날도 좋고, 드라이브도 하고 싶어. 그래서 아버지와 동생더러 북서울 꿈의 숲에 사슴 보러나 가자고 했다. 겨울이지만 반쯤 얼어붙은 호수도 있고, 억새 흔들리는 풍경도 볼 수 있다고. 도착한 북서울 꿈의 숲은 사람 반, 강아지 반으로 가득해 꽁꽁 언 날씨에도 생명력이 넘실댔다.


  불편한 구두를 신고 산책로를 걷는 일이 슬슬 지쳐올 무렵, 숲 한가운데에 있는 한 미술관을 발견했다. '2023 대교 어린이작가 전시회'. 이런 식으로 커다란 홍보물이 걸려 있었고, 우선은 너무 추워서 건물로 들어갔다. 당연히 초대권따위는 있을 리 없었으므로, 아버지를 제외한 여동생과 나는 각 3000 원씩을 지불하고 입장권을 샀다. 증정품으로 받은 어린이용 크레용을 코트 주머니에 넣고, 어린이들 그림은 처음 보는데 괜찮을까 반신반의하며 갤러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걱정이 무색했음을 금방 깨달았다. 사랑스럽고 독특한 작품들이 갤러리 벽을 장식하고 있었다. 작품 근처에 포스트잇을 붙여 작가를 응원하는 말을 남길 수도 있었는데, 작품도 물론 좋았지만 그 코멘트를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특히 꼬불꼬불 쓰인 어린이들의 서로를 향한 응원, 작가인 아이들을 격려하는 부모들의 소망 어린 글씨들을 보며 조금 눈물을 흘릴 뻔했다. 나도, 어린이는 아니지만, 어린이 작가들처럼 부모님들의 근거 없고 조건 없는 사랑과 응원을 받고 있어서일까. 포스트잇에 담긴 익숙하고 순수한 마음들이 하나하나 소중하게 느껴졌다.


비록 숲에 다녀와서 독한 감기를 얻었지만, 올해 갔던 어느 전시보다도 뜻깊고 아름다웠다. 모나지 않아 동그랗게 반짝였던 동심(童心)들. 그 마음에 푹 젖어드는 시간은 지친 일상을 달래기에 충분하고도 넘쳤다. 모두 보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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