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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byss Dec 02. 2023

겨울-나무로부터

2023, 겨울

 

  수면제를 바꾸고, 새벽에 깨는 일이 잦아졌다. 세 번째로 깬 시각은 오전 세 시. 평소대로라면 뒤척이며 다시 잠을 청했겠지만, 그날따라 몸을 움직여 하루를 일찍 시작하고 싶었다. 부지런히 외출 준비를 하고, 오전 7 시에 문을 여는 학교 앞 맥도날드를 향해 가는 버스에 올라탔다. 아무래도 아직 시간이 일렀던 걸까, 휴대폰 액정 속 시계는 6시 28분을 가르키고 있다. 나는 하는 수 없이 맥도날드 앞을 서성였다.


  영하 8 도. 코트에 목도리만으로는 많이 추웠다. 레드벨벳의 신곡을 흥얼거리며 거리를 걷고, 구석에서 담배를 피웠다. 그러다 마주친 것이 어떤 겨울 나무였다. 앙상하고 튼튼한. 초록빛 이파리 한 장 없는 나무의 이미지를 보자 그 광경을 어딘가에 담아 두고 싶었고, 나는 곧바로 휴대폰 카메라를 켜 셔터를 눌렀다.


  사주에 목(木)이 많아서인지(물론 농담이다), 나는 줄곧 나무를 좋아해 왔다. 사실은 실제의 나무보다도 나무라는 이미지와 개념을 더. 나무는 반복되는 계절에도 지치지 않고 그 자리에 서 있다. 비바람을 견디며 하늘을 향해 자란다. 중학교 때 담임선생님은 나에게 이런 말을 해 주셨다. 다른 아이들은 무럭무럭 나무로 커 가는데, 너는 아직도 새싹이구나. 어쩌면 그 말을 들은 이후로 나에게 나무의 이미지가 특별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다 최근엔 우연한 기회로 식물원에 방문하게 되었다. 온실 투어에 참여했는데, 가이드 분은 나무와 식물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들려 주셨고 모두 감동적으로 마음에 남았다. 저렇게 강인하고, 우뚝 선 나무조차도 사실은 시련을 거치고 조용히 성장을 갈망하며 그저 존재하고 있구나.


  중학생 시절, 새싹이라는 말을 들은 이후로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났지만 나는 여전히 새싹이거나 들풀인 기분이다. 아직은 나무가 되지 못한 기분이다. 나도 나무처럼 빛과 물을 향해 싸우고 싶다. 추위를 견디고 스스로 껍질을 벗겨내며 마침내 꽃피우는 나무가 되고 싶다. 겨울-나무를 보며 그런 생각을, 잠시 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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