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컷 젬스>와 <굿 타임>을 중심으로
한동안 나는 누군가 범죄 영화를 추천해 달라고 하면 주저 없이 넷플릭스의 <언컷 젬스>를 권하곤 했다. 가공되지 않은 원석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언컷 젬스>는 과할 정도의 밀도로 가득 찬 훌륭한 장르물이었다. 그러다 우연한 계기로 <언컷 젬스>의 감독이 <굿타임>의 감독과 같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나는 제목만을 또렷이 기억했던 <굿타임>을 드디어 꺼내어 감상했다. 같은 감독의 영화라는 것을 더 빨리 알았더라면, 나는 <굿타임>을 더 일찍 감상했을 것이다.
그만큼 <언컷 젬스>는 나에게, 훌륭한 영화였다. 나에게 대부분의 범죄 영화는 오락영화이고, <언컷 젬스>는 내 기준에서 오락성을 충분히 갖춘 영화였다. 욕설이 난무하는 대사들, 돈과 탐욕 앞에 모든 것을 내려놓은 저급한 인물들, 그들의 정신상태만큼이나 이리저리 흔들리는 카메라, 그리고 흥미진진함과 긴장감이라는 두 토끼를 동시에 잡은 음악까지. 게다가 내러티브조차 단순하면서도 명확하다.
그렇다면 <굿타임>은 어떤가. 지적장애를 가진 동생을 끌어들인 형의 범죄, 그리고 그렇게 잡혀들어간 동생을 꺼내기 위한 하룻밤의 사투-범죄의 범죄의 범죄로 이어지는-는 한정된 시간이라는 제약 안에서 강약조절 없는 강, 강, 강 펀치를 날려대며 관객을 사로잡는다. <언컷 젬스>의 냉소적인 결말과는 사뭇 반대되는 엔딩마저도 매력적이다.
<언컷 젬스>와 <굿타임>은 앞서 언급했다시피, 명확하고 쉬운 내러티브를 가짐과 동시에 그것을 '때려넣듯이' 표현하는 특유의 연출을 선보인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하게, 재미있기도 하다. 차이점은 이에 비해 잘 두드러지지 않는데, 후속작인 <굿타임>에서는 형제애와 범죄, 악에 대해 인간이 가지는 관념적인 '선'을 상기시킨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언컷 젬스>로부터 <굿타임>으로 이어지는 변주에서 우리는 사프디 형제의 어떤 변화를 읽어낼 수 있을까? <굿타임>은 <언컷 젬스>에 비하면 덜 선정적이고, 덜 자극적이다. 충분히 자극적이지만 <언컷 젬스>에 비하면 그렇다는 말이다. 표면적인 서사의 변화는 이렇다. 인간성의 상실을 너절하게 그려낸 <언컷 젬스>와 달리, <굿타임>은, 그렇다면 인간성은 대체 무엇인지 질문하는 영화에 가깝다. 엔딩에서 '선을 넘을 것인지는 자기가 정한다'라는 대사를 통해 전달된 인간성의 정의는 전작인 <언컷 젬스>에서는 탐구하지 않았던 개념이었다. 어쨌든 공통 관념인 '인간성'을 키워드로 변주된 두 영화를 훌륭하게 창작한 사프디 형제의 관심사에 대한 끈기, 그에 대한 탐구는 칭찬받아 마땅하지 않나 싶다.
덧붙여 개인적으로 느낀, <언컷 젬스>보다 <굿타임>이 좋았던 이유에 대해 가볍게 짚고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언컷 젬스>는,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렇게 살면 안 된다'는 영화에 가깝다. 주인공은 그 행실으로 인해 관객으로부터 진정한 공감과 연민을 얻어내기 힘든 캐릭터였다. 그에 비하면 <굿타임>의 형은 '동생을 위해서'라는 일념 하에 이어지는 모든 범죄들을 행했기에 어느 정도 설득력 있게 관객으로 하여금 이입하게 한다. 이렇게 관객을 다루는 상반된 태도로 인해 두 영화가 미치는 영향 역시 다르게 펼쳐지는데, <언컷 젬스>가 교훈적인 영화라면 <굿타임>은 더, 성찰하게 하는 영화로 평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굿타임>을 비교적 최근에 감상했기 때문에, <굿타임>에 대한 인식이 아직까지는 더 강렬하게 남아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로버트 패틴슨의 연기, 그 중에서도 체포되어 경찰차 안에서 연행되는 도중의 표정 연기는 압도적이었으며 그 장면을 연출해낸 사프디 형제의 탁월함 역시 절절히 느낄 수 있었다. 모든 체력과 정신력이 소모되도록 하룻밤 내내 내달렸지만 그가 당도한 곳은 결국 감옥이며, 그는 결국 염원하던 동생과의 만남을 얻지 못했다. 그런 상황을 완벽하게 담아내는, 로버트 패틴슨의, '나는 지금 여기서 뭘 하는 거지?'라고 묻고 있는 듯한 표정. 사프디 형제가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그렇게 질문하는 인간상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그 소망을 러닝타임 내내 쌓아온 빌드업과 공들인 결말로 터뜨린 시도는 성공적인 동시에 매우 영화적이었다고, 나는 감히 적어 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