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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의 종말

by 심연

권태는 영원한 것이라 믿었다. 내가 그것을 떠나지 못하게 붙잡고 늘어지는 줄은 모르고.


그것들은 내가 적절히 거리를 두고 한구석에 잘 놓아두어야 하는 존재다. 권태는 그냥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손님 같은 거였다. 때로는 잠깐 들렀다 가고, 때로는 조금 오래 머물다 가는. 조금은 무심하게, 조금은 거리 두며 바라보는 태도가 필요했다.


모든 권태는 영원하지 않는다. 권태가 스며들 때 낌새를 알아차리곤, 모든 신경들이 권태에 몰려 집중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나는 권태가 찾아오면 벗어나려 허우적거리며 애써 그 원인을 찾았다. 그 시간이 길어질수록 권태는 내 곁을 더 오래 머물렀다. 일상의 권태, 사랑의 권태 … 많은 형태들의 권태가 찾아올 때마다 나는 그들에게 조명아래 의자를 그대로 내어줬다. 그렇게 한 구석 조그맣게 있던 그것들이 내 일상의, 내 머릿속의 중심이 되었다. 권태가 작은 반짝임들이 있던 내 일상을 점령해 버리게 두어서는 안 된다.


권태의 종말은 그것의 끝이 될지, 재정비와 재가동이 될지는 권태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운명이 결정되는 것이다. 권태를 끝으로 받아들이냐, 아니면 곧 재정비해야 되는 시기라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권태가 재가동인지, 끝인지로 읽히는 것 같다.


권태의 머리만 보고 끝이 온 것이라 믿고 끝이라 결말지어버리는 착각의 빈도는 줄여나가야 한다. 반복되는 오인으로 끝맺음만 많아지는 날에는 충분히 재가동이 가능함에도 불가능이란 자각으로 나를 가둬버리는 엔딩만 있을 뿐이다.


권태가 찾아온 건 실패가 아니다. 오히려 새로운 내가 태어나기 직전이라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권태가 왔다고 두려워하지 말 것.


그건 그냥, 내가 애썼다는 증거이고, 다시 나를 재정비할 시간이라는 신호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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