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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정답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by 심연

이것이 정답이란 걸 알면서도 나는 어째서 마음하나 간수 못하고 이러고 있는지 모르겠다.


마음이 정답대로 흘러가면 세상에 후회하는 사람이 없게? 정답인걸 깨닫고 마음을 간수 잘하는 사람도 있겠지? 나는 마음이 머리보다 약하고 더 무르다. 머리가 시키는 대로 마음이 움직이지 않고 고집을 부리니 항상 머리는 아파오고, 혼란만 가져올 뿐이다.


이것은 어떤 동정이기도 하며, 그 사람의 과거 그 어딘가의 안쓰러움에 공감한 걸 지도 모른다. 감히 누가 누구를 동정하며, 누구를 안쓰럽게 여기는가, 세상 모든 이가 사연 없는 이 없고, 모두 동정받아야 할 부분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난 그걸 주제넘게 이성의 감정으로 치부하면서 책임지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잠이 들어버리기 직전
어김없이 니 냄새가 진동
정신은 번쩍 그 많고 많았던 밤들이
와르르르르르르르르르
억장을 무너뜨리는 날들이
절대로 안 끝날 줄 알았더니
목이 늘어나버린 티에서 나던
니 냄새마저 빠지기는 빠지더라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너의 민낯에서 풍기던
아주 흐릿하고 향긋한 냄새마저
빠지기는 빠지더라

‘빠지기는 빠지더라’ - 장기하와 얼굴들


아주 흐릿하고 향긋했던 그 냄새가
나를 괴롭힌다.

후각은 뇌에 저장되는 감각 중 가장 오래 남는 기억이라고 한다. 그 이유는 감정과 기억을 담당하는 부분과 가장 가까운 이유라고 한다. 그래서 내가 냄새가 그리워서 미쳐버린 날들이 많았나? 지금도 냄새가 그립다. 모든 게 다 그립고 생각이 나지만 그 냄새는 아직도 아련하게 기억하며 그립다. 코끝에서 그 냄새가 나는 것만 같고, 자기 전엔 어김없이 그 냄새가 떠오른다. 냄새만 또렷하게 기억할 뿐 다른 기억들은 묘하게 흐릿해져서 마음은 더 불안하게 그 사람이 보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오감이 기억하는 그 사람과 감정이 기억하는 그 사람이 합쳐져 그저 오감으로 기억하는 그 사람보다 진하게 나에게 남는지도.


니 냄새가 계속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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