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심연 Jul 20. 2024

이젠 이 우울함의 출처조차 모르겠다

다시는 돌아오질 못하는 것들에 대한 상실감인지, 전하지 못할 말들인지

내가 울면서 너에게 매달렸던 이유들조차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


네가 나에게 그만해야 될 것 같다는 말을 한지도 벌써 한 달 그리고 또 한 달이 지나려고 하고 있다. 나는 왜 아직도 우리가 이렇게 끝나야만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납득하지 못한 걸까.

너의 의사를 존중해 줘야 맞는 걸 텐데, 나는 아직도 틀리고 있다. 그때도 너의 마음과 힘듦을 조금이나마 이해하지만, 내 마음도 아파서 차마 너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없었다.

요즘에서야 너의 힘듦과 복잡한 마음들을 내 딴에는 온전히 이해하고 계속 미안해하고 있지만, 이미 너는 마음이 정리되었을지도, 너의 안중에는 이제 나는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말하고 싶다.

미안하다고.


오죽했으면, 얼마나 힘들었으면, 네가 나에게 그랬을까. 네 사정은 생각도 않고 무조건 내 마음이 아프다며 졸라대듯 칭얼거리던 내 모습이 너무 후회가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네가 잊히기는커녕, 마음이 커져서 점점 뭐가 내 마음의 중심이었는지 조차 까먹은 것 같다. 너를 다시 만나도 나는 너를 사랑할 수 있을까?

기껏 잡아달라는 네 손을 잡고 오래오래, 영원을 약속하던 네가 이렇게 내 손을 놓아버렸는데.


어차피 못 볼 사이가 된 것이라면 나는 너에게 지겹울 법한 내 마음을 좀 던져버리고 나는 후련해져도 되지 않나. 그 말들은 내 미련일지도, 미안함일지도 혹은 죄책감일지도, 간절함 또는 이기심일지도 모르겠다.

다시 너를 만나거나, 너를 사랑할 수 없어도 된다. 그저 멀리서 네 모습이 보고 싶을 뿐인 이기적인 마음이 든다. 행복하다면 그건 그거대로 눈물이 날지도 모르고, 지금처럼 처절하게 고생하고 있다고 하면 또 나는 눈물이 날지도 모르겠다. 너도 내 마음은 알려고 하지 않은 채, 네 마음을 던졌던 것처럼 나도 너에게 내 마음을 몰래 던지고, 나만의 결말을 짓고 싶다. 넌 이미 끝났다고 해도, 나는 아직 끝내지 못해서 이렇게 아직도 너를 생각한다. 내 마음을 알아주기보다는 그저 내가 후련하고 싶어서 보내는 마지막 이기심이다.


나는 너와 만나며 많은 것들이 흔들렸다


지난번의 아픔에서 쌓아 올리던 벽이 흔들리고 있었다. 지난번의 흔들림보다는 훨씬 나는 성장했고, 단단해졌다고 생각했지만, 너를 만나고 나는 흔들리고 있었다. 그 흔들림을 알고도 나는 네가 더 좋아 중심을 잡아야 되는 골든타임을 놓친 것 같다. 흔들려도 너와 함께 있을 수 있다면, '내가 틀렸을지도 모른다, 내가 고쳐야 할지도 모른다.' 생각했다. 그렇게 내 중심은 흔들려 이도저도 아닌 무언가로 변질되고 있었다.

네가 좋아했던 내 모습이 그때부터 흐려졌을지도 모르겠다.
너에게 나는 그저 네가 갖지 못한 이상적인 존재였을지도 모른다. 하고 싶은 것과 갖고 싶은 것,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내가 해야 하는 일은 괴리감이 있는 경우가 대다수이니, 네가 나를 바라봤던 시선 또한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나만 보고 달려오던 네가 문득 뒤돌아보니, 그동안 걸어왔던 길과 너무 멀어져서 이질감과 불안함에 나를 떠난 것이라 나는 생각하고 싶다. 물론, 사실은 이제 알 수 없다. 난 너에게 사실이 무엇인지 들을 수 없을 테니.


너의 세상이 무너지면, 너도 없는 거라 너는 말했다


나와 걷던 길이 그동안 혼자 걸어왔던 길과 달라, 나와 걷게 되면 그전에 이루었던 게 너무 불안하고 힘들어져서 네 존재조차도 무너질 것 같다는 너의 마지막말이 너무 귓가에, 눈에 아른거려서 너무 미친 듯이 미안하다.

이렇게 손을 놓아버리는 건 미안하지만, 네가 너무 힘들다는데, 내가 어떻게 더 너를 잡을 수 있을까.

네가 너무 안쓰러워서, 옆에서 아무것도 못해주지만, 가끔은 기댈 수 있게, 가끔은 웃을 수 있게 해 줄 순 있지 않을까 하는 내 오만이 질척거렸고, 힘들다는 너의 말은 이해하지도 않고, 당장 사라질 내 행복에 불안함이 너를 괴롭혔다. 이제 와서 그런 게 다 무슨 소용이 있겠냐만, 말하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아 시시때때로 변하는 기분에 따라 기분이 좋은 날은 괜찮은 척, 쿨한 척 너에게 미안하다고 전할까, 울적해지는 날은 차마 말 꺼내기도 무서워 혼자 자책과 미안함에 갇혀서 울기만 했다.


너의 진심을 의심하기도 했지만, 이젠 그 의심조차 미안하다


너의 사랑이 고맙고, 다정했던 네가 너무나 사랑스러운데 이렇게 내 손을 놓는 너를 보며 나는 너의 사랑과 진심을 의심했었다. 이젠 그 의심조차도 너에게 미안해. 너는 나를 사랑했는데, 너의 안중에는 나는 없는 건 아닌지 의심해 너를 상처 입히진 않았을까. 너무 걱정되고 미안해.

서툰 네 모습을 모르고 만났던 것도 아니면서, 요령 없는 네 모습에 네 사랑과 진심을 의심하며, 이미 너와의 이별을 준비했던 내가 미련했다.

작가의 이전글 변덕스러운 날씨만큼이나 걷잡을 수 없는 기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