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성교육 길잡이 — 제6편

빠를수록 좋다기보다, 빨라야 하는 이유

우리 아이 성교육 길잡이 — 제6편

빠를수록 좋다기보다, 빨라야 하는 이유


지금까지 성교육을 둘러싼 여러 문제를 살펴보며 우리는 한 가지 사실을 확인해 왔다. 성교육은 특별한 이론이나 거창한 프로그램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아이 곁의 삶 속에서 시작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다음 질문이 이어진다.


성교육은 언제 시작해야 하는가.


이 질문 앞에서 사람들은 종종 망설인다. 아직 이르지 않은지, 아이가 이해할 수 있을지, 괜히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부모들이 “조금 더 크면 이야기하자”고 생각한다.


그러나 오늘의 현실은 조금 다른 질문을 던진다.


늦어도 괜찮은가.


아이들이 살아가는 환경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다양한 매체와 정보 속에서 아이들은 생각보다 이른 시기에 몸과 관계에 관한 이야기를 접한다. 그 정보가 언제나 정확하거나 균형 잡혀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아이의 이해 수준을 넘어서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래서 성교육은 “빠를수록 좋다”는 문제라기보다 “늦지 않아야 한다”는 문제에 가깝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복잡한 설명이 아니다. 자신의 몸이 소중하다는 사실, 다른 사람의 몸도 존중해야 한다는 마음, 그리고 불편하거나 위험한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같은 기본적인 이해이다. 이러한 내용은 아이가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예를 들어 어린 아이에게는 몸의 이름을 정확하게 알려 주는 것, 자신의 몸을 스스로 지킬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것, 다른 사람의 몸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 태도를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이러한 대화는 어렵거나 특별한 교육이 아니라 일상의 언어로 나눌 수 있는 이야기다.


그래서 성교육의 시작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아이가 자신의 몸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갖도록 돕는 일이다. 그리고 이러한 대화는 아이가 성장하면서 조금씩 깊어질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부모의 태도다. 아이가 질문했을 때 피하거나 당황하기보다 차분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다. 아이는 그 과정을 통해 몸에 대한 이해뿐 아니라 대화하는 방식도 배우게 된다.


성교육이 빠르게 시작되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아이가 이미 다양한 이야기를 접하기 전에, 부모와의 대화를 통해 기본적인 기준과 언어를 갖도록 돕는 일이다. 그러면 아이는 이후에 접하는 정보들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힘을 조금씩 갖게 된다.


그래서 성교육은 서둘러야 할 교육이라기보다 늦지 않아야 할 교육이다. 아이가 세상을 이해하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부모와 아이 사이의 대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시작될 수 있다.


결국 성교육의 핵심은 시기의 문제가 아니라 관계의 문제이다. 부모와 아이가 서로 이야기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 그 관계 속에서 아이가 자신의 몸과 삶을 이해하도록 돕는 것, 바로 그 과정이 성교육의 길이 된다.


그래서 성교육은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되는 교육이 아니라 아이와 함께 살아가는 시간 속에서 천천히 이어지는 대화이다. 그 대화가 조금 더 일찍 시작될수록 아이는 자신의 몸과 관계를 더 안정적으로 이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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