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디킨스의 미국 방문 — 그 과정과 의미
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 1812–1870)가 1842년 미국을 방문하게 된 것은 우연한 여행이 아니었다. 그가 미국이라는 나라에 특별한 관심을 갖게 된 데에는 문학적 명성, 사회적 문제의식, 그리고 시대적 환경이 함께 작용하고 있었다.
먼저 문학적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1830년대 후반부터 디킨스의 작품은 영국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었다. 『더 픽윅 페이퍼스(The Pickwick Papers)』, 『올리버 트위스트(Oliver Twist)』, 『니콜라스 니클비(Nicholas Nickleby)』 같은 작품들이 미국에서 널리 읽혔다. 그러나 당시 미국에는 국제 저작권 제도가 정착되어 있지 않았다. 그 결과 영국에서 출간된 작품이 미국에서 자유롭게 재출판되었고, 작가에게는 거의 수익이 돌아가지 않았다.
디킨스의 작품 역시 이런 방식으로 널리 복제되어 읽히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작품이 미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동시에 작가의 권리가 보호되지 않는 현실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 문제는 훗날 그의 미국 방문에서 중요한 화제가 된다.
그러나 디킨스가 미국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저작권 문제만은 아니었다. 그는 젊은 시절부터 사회 문제에 강한 관심을 가진 작가였다. 산업화와 도시 빈곤, 노동 문제, 감옥 제도, 교육 제도 같은 사회 현실을 작품 속에서 자주 다루었다. 그래서 민주주의 국가로 성장하고 있던 미국의 사회 제도에 자연스럽게 호기심을 갖게 되었다.
19세기 전반의 미국은 유럽 지식인들에게 매우 흥미로운 나라였다. 독립 이후 공화국 체제를 발전시키고 있었고, 유럽과는 다른 정치와 사회 제도를 실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디킨스 역시 미국이 어떤 사회를 만들어 가고 있는지 직접 보고 싶어 했다.
이런 관심은 주변 인물들과의 교류를 통해 더욱 커졌다. 디킨스는 영국에서 미국인 방문객들과 교류했고, 미국 사회와 정치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다. 또한 그의 작품이 미국에서 널리 읽히면서 미국 독자들과 출판계에서도 그에게 방문을 요청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결국 이러한 여러 조건이 겹치면서 1842년 미국 방문이 이루어진다. 디킨스는 단순히 강연을 하거나 명성을 확인하기 위해 미국을 찾은 것이 아니었다. 그는 병원, 감옥, 공장, 학교 같은 사회 제도를 직접 살펴보고 미국 사회의 모습을 기록하려 했다.
이 방문의 결과가 바로 『아메리칸 노츠(American Notes)』였다.
디킨스는 이 책에서 미국 사회의 장점과 문제점을 함께 기록하였다. 그 기록 가운데 하나가 퍼킨스 맹학교(Perkins School for the Blind퍼킨스 스쿨 포 더 블라인드: 시각장애인을 교육하는 학교)에서 만난 농맹 소녀 로라 브리지먼(Laura Bridgman: 1829–1889)의 교육 이야기였다.
이 장면은 훗날 헬렌 켈러의 어머니 케이트 켈러가 읽게 되는 대목이 된다. 그리고 그 발견이 헬렌 켈러 교육의 출발점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렇게 보면 디킨스가 미국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문학적 명성과 사회적 문제의식, 그리고 새로운 사회에 대한 지적 탐구가 함께 만든 결과였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