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렌 켈러 이야기의 숨은 시작

헬렌 켈러 이야기의 숨은 시작


많은 사람들은 헬렌 켈러(Helen Adams Keller 1880–1968)의 이야기를 그녀의 어린 시절에서 시작한다. 그러나 그 이야기의 뿌리를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 보면 전혀 다른 장면 하나가 나타난다.


1842년 겨울, 미국 보스턴의 퍼킨스 맹학교(Perkins School for the Blind퍼킨스 스쿨 포 더 블라인드: 시각장애인 교육 기관)에서 영국 소설가 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 1812–1870)는 한 소녀의 교육 장면을 목격한다. 그 소녀는 시각과 청각을 모두 잃은 농맹 소녀 로라 브리지먼(Laura Bridgman 1829–1889)이었다.


브리지먼은 의사이자 교육자였던 사무엘 그리들리 하우(Samuel Gridley Howe 1801–1876)의 지도 아래 촉각을 통해 언어를 배우고 있었다. 교사는 사물을 손에 쥐어 주고, 그 사물의 이름을 손바닥 위에 알파벳으로 써 주었다. 소녀는 그 움직임을 따라가며 사물과 단어의 관계를 이해해 갔다.


찰스 디킨스는 이 장면을 깊은 인상으로 받아들이고, 훗날 자신의 미국 여행 기록인 『American Notes for General Circulation』(아메리칸 노츠)에 그 경험을 기록한다.


세월이 흐른 뒤, 그 기록은 또 한 사람의 눈에 들어간다. 미국 남부 앨라배마 터스컴비아(Tuscumbia)의 한 어머니였다. 그녀는 케이트 켈러(Kate Adams Keller 1856–1921)였다.


케이트는 책 속에서 로라 브리지먼의 이야기를 읽으며 한 가지 가능성을 발견한다. 감각을 잃은 아이도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었다. 그 깨달음은 곧 행동으로 이어졌고, 결국 퍼킨스 맹학교에 도움을 요청하는 길로 이어진다.


이렇게 해서 헬렌 켈러의 교육 이야기는 시작된다.


많은 사람들이 헬렌 켈러의 기적을 이야기하지만, 그 기적의 시작은 사실 한 장면의 기록이었다. 1842년 보스턴에서 한 작가가 목격한 장면, 그리고 그 장면을 기록으로 남긴 한 권의 책이 훗날 한 아이의 삶과 세계를 바꾸는 출발점이 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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