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가 조바르 Feb 18. 2022

50의 사랑(4) "늘 새로우면서 한결같은 사람"

톨스토이의 교훈 "늘 새로우면서 한결같은 사람"

오랜만에 초등학교 동창 친구를 만났다. 거의 20년 만에 보는 얼굴이었다. 반가운 마음에 무슨 말을 먼저 할까 고민 되었는데 그 친구가 먼저 말을 꺼냈다.     


“친구야, 넌 늘 ‘변함없이 한결같은 사람’이라서 좋아. 예전 모습 그대로야.”     

“응. 그래. 고마워. 그런데 친구야, 너는 늘 새로우면서 한결같은 사람인 것 같아서 더 좋아.”     


그러자 친구가 잠시 말을 못하고 무슨뜻인지 생각하는 듯 했다. 사실 이런 말을 들으면 한번쯤 그 의미를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고민하지 말라고 바로 말을 이어갔다.     


“넌, 예전에도 그랬어. 늘 무언가 새로운 걸 도전하면서 친구들에게 이야기해주기를 좋아했었지. 친구를 먼저 생각하는 마음은 늘 한결같았고. 그래서 널 기다리며 너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표현이 뭘까 생각해보니 이 말이더라고.”     


친구는 시원하게 웃으면서 최고의 칭찬이라며 좋아했다.     


니체는 <즐거운 지식>이라는 책에서 ‘자신을 늘 새롭게 하라’고 말했다. 인간은 늘 껍질을 벗고 새로워져야 새로운 생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비판하는 일과 타인의 비판에 귀 기울이는 것이 자신의 껍질을 벗는 일과 같다고 했다.     


한층 새로운 나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어떤 가치관을 가져야 할까? 살아 온 날들을 돌이켜 생각해본다. 어릴 때는 ‘장군이 되고싶다.’라는 꿈이 있었다. 그 꿈을 위해 장교의 길을 걸었다. 그런데 인생의 복병처럼 숨은 위기들이 나의 항로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꿈으로 가는 험난한 과정을 버텨낼 수 있는 가치관이 부족했었다. 스스로 비판도 못했고 타인의 비판을 잘 수용하지도 못했다. 그런데도 한가지 잘한 일은 인생의 항로를 바꾸는 결심은 빠르게 했다는 것이다. 빠른 선택과 결정이 늪에서 점점 빨려 들어가는 나를 구해낼 수 있었다. 이후 나는 ‘늘 새로운 도전을 즐기면서, 이타적이고 봉사하는 삶 속에서 행복을 찾는다.’라는 가치관을 한결같이 지키고 있다.    

 

꿈을 이루지 못했다고 과거를 후회하며 멈춰있으면 성장이 없는 인생이 되고 만다. 그런 사람은 늘 한결같은 사람이라는 말이 칭찬으로 들릴지 모른다. 나이가 들면서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지 못하는 것도 어쩌면 생각이 과거를 향해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제는 그런 말을 칭찬으로 듣지 말자. 남은 인생은 ‘죽을 때까지 성장한다.’라는 가치관으로 무장해보자. 아마도 당장 새로운 도전 거리를 찾고 있는 당신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부부관계도 마찬가지다. '한결같은 당신'이라는 말로는 부족한 시대가 되었다. 신혼의 단꿈이 깨지면서 권태기가 찾아오면 모든 부정적인 모습이 한결같이 배우자의 모습으로 각인된다. 그렇게 각인된 배우자에게는 새로움을 느낄 수가 없다. 새로운 모습을 느끼지 못하면 점점 더 매력을 잃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사랑으로 만나서 결혼하고, 권태로움으로 후회하며, 새로움이 없어서 변신하지 못하고, 불행하다고 느껴도 용기가 없어서  감수하며 살게 된다.      


이쯤에서 중요한 질문 하나를 던져보자.      


“당신은 배우자가 새로운 매력을 느끼도록 자신을 변신시키려고 노력했습니까?”      


정말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수많은 해명거리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상대를 위해서 진심으로 노력해본 적 있는지 생각해보자. 한때 그런적이 있다고 말할 수는 있어도 평생 그런 마음으로 노력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부부관계의 결과는 서로 주고받는 상호작용의 결과로 보는 편이 합리적이다. 부부관계가 좋으면 좋은 이유가 모두 비슷하지만 안좋으면 제각각의 이유로 불행하다.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카레니나>의 첫 문장이 생각난다. 행복한 가정과 불행한 가정의 이유를 한 문장으로 잘 정리한 명문장이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불행을 안고 있다.”   


행복한 가정, 행복한 인생이 왜 이렇게 어려운걸까?

<백설 공주>의 마지막 문장은 ‘백설공주는 왕자님과 결혼해서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이다. 어떻게 행복하게 잘 살았는지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아마도 오랫동안 행복하게 사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그 부분은 쓰지 못했을 것이다. (작가는 현명한 사람이라는 생각이다. 사람들의 공감을 얻기 어려우니까 나머지는 상상에 맡긴다며 끝낸 것이다.)


부부가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방법은 하나다. 늘 새롭게 느끼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면서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은 늘 한결같은 것이면 된다. 그러면 된다. 50의 바다에서 허우적거리며 정신 줄 놓지말고 오늘은 배우자에게 이런 말을 해보자.      


“당신은 늘 새로우면서도 한결같은 사람이에요. 그래서 너무 좋아요. 고마워요.”

작가의 이전글 50의 사랑(3) "두 사람이 함께 추는 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